부동산 투기광풍에 1990년 '토지공개념 3法' 시행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속에 위헌소송 제기돼

헌재, 택지소유상한·토지초과이득세법 위헌 결정
"과잉 금지·평등권 침해"… 개발이익환수법은 합헌
[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공공이익 위한 규제라도 사회적 허용범위 넘어선 안돼"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은 투기 열풍으로 인한 심각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문제시됐다. 토지는 공공재(公共財)라는 주장이 널리 확산됐고 이른바 토지공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헌법 제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런 헌법 규정과 여론에 근거해 1989년 12월30일 토지공개념 3법, 즉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이 제정됐다.

헌법 122조에 근거한 부동산 규제

1990년 1월1일 시행된 개발이익환수법은 개발부담금제도를 도입했다. 택지 개발, 공단 조성 등 개발사업을 시행해 사업 시행자나 토지 소유자에게 정상 지가 상승분을 초과해 토지가액이 증가하는 ‘개발이익’에 개발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개인 또는 법인이 보유한 유휴토지 등의 지가가 상승할 경우 그 소유자가 얻는 토지초과이득을 조세로 환수하는 것이었다. 1990년 2월28일 시행된 택지소유상한법은 주택 관련 토지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인이 일정 규모(서울 등 일부 대도시는 가구당 약 660㎡) 이상의 택지를 소유한 경우 또는 법인이 택지를 예외적으로 보유한 경우 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하도록 정했다.

법 제정 이후 사유재산제도의 침해 내지 국민의 재산권 보장에 대한 침해로 위헌 논란이 계속됐다. 특히 택지소유상한제에 대한 비판은 매우 강력했다. 몇몇 대도시 거주자에게만 택지 소유를 제한함으로써 ‘벌금 성격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일 뿐 아니라 서민과 부자 사이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었다. 토지초과이득세도 토지를 사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자본주의 경제질서와 정면 충돌한다는 비판이 대두됐다. 개발이익 환수에도 평가기준 등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재산권 침해 논란에 위헌 결정… 개발이익환수제만 존속

결국 토지공개념 3법 모두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됐다. 헌재는 가장 먼저 토지초과이득세법 전체의 위헌성을 인정했다. 우선 기준시가의 산정 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적 위임입법의 금지원칙에 위배되며, 특정 과세기간에 지가가 하락한 데 대비한 보충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50% 단일비례세로 규정된 세율이 헌법상 재산권 보장과 평등권 조항에 위배되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 법을 더 이상 적용·시행할 수 없도록 중지하고, 국회가 개정 또는 폐지하기 전까지 형식적 존속만을 유지하게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헌재 1994년 7월29일 92헌바49 등).

개발이익환수법은 그 자체를 위헌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10조 제3항 단서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이 조항에서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점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매입가격 결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없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헌재 1998년 6월25일 95헌바35 등).

택지소유상한법은 전체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특별시·광역시에서 택지의 소유 상한을 정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며, 법 시행 전부터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해 신뢰이익을 해치고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봤다. 또 기간 제한 없이 고율의 부담금을 계속 부과하는 것이 재산권 제약에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다고 봤다. 그리고 이와 같이 핵심적 내용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 법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해 법률을 무효화했다(헌재 1999년 4월29일 94헌바37 등).

부작용도 큰 토지공개념
[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공공이익 위한 규제라도 사회적 허용범위 넘어선 안돼"

결국 토지공개념 3법 가운데 유일하게 존속을 유지한 것은 개발이익환수법이었으며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폐지됐다. 3법이 대부분 무력화됐지만 토지공개념 자체가 위헌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개발이익환수법은 여전히 건재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토지공개념을 재확립하고 관련 입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투기 방지, 부동산 거품 해소,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토지공개념이 나름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이 만능은 아니다. 이를 내세워 모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는 것을 헌재 결정이 보여주고 있다.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