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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순수한 기부에 세금폭탄 안돼" 과세기준 제시

    장학재단이 기업 주식을 기부받으면 증여세를 내야 할까. 장학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은 출연받은 재산에 대해 증여세 납부 의무가 없다. 공익법인의 활동을 조세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주식이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경우 증여세가 부과된다(‘5% 룰’). 출연자가 공익법인을 기업의 지배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만 5%를 초과하더라도 출연자와 내국법인 사이에 특수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공익법인을 간접적인 지배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없는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장학사업에 기부했다가 ‘증여세 폭탄’출연자와 내국법인 사이에 특수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출연자 및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내국법인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에는 출연받은 공익법인도 포함된다. 출연자와 출연받은 공익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 이들이 내국법인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최대주주 요건이 충족된다. 여기서 출연자와 공익법인 사이에 특수관계가 인정되는 기준이 문제다. 이 문제에 관해 대법원은 2017년 4월 선고한 판결에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H는 6촌 동생과 함께 수원교차로 주식 90%를 장학사업에 사용하도록 모교에 기증하고자 했다. 모교에서 주식을 직접 증여받는 것은 어렵다고 해서 2003년 K장학재단에 180억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했다. 5년이 지나 2008년 과세관청은 H가 주식 5%를 초과해 기부했다는 이유로 K장학재단에 증여세 140억원(가산세 포함)

  • 경제 기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할 수 있다" 첫 기준 제시

    대학병원에서 검사받던 환자의 호흡과 심장이 멎었다. 폐암으로 의심돼 검사를 받던 중 발생한 출혈이 원인이었다. 환자의 뇌가 심하게 위축되고 파괴됐음이 확인됐다. 일정 시간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해 야기된 뇌손상이 원인이라고 추정됐다. 스스로 호흡할 수 없지만 뇌사 단계는 아니고,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며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5%가 안 된다는 게 주치의 견해였다. 일단 부착된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환자의 보호자는 법원에 그 제거를 명하는 판결을 청구했다.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이다.연명의료 중단 요건 정립한 ‘김 할머니 사건’대법원은 13인의 대법관 가운데 9인의 다수의견에 따라 아래와 같은 요건이 구비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요건은 환자 상태에 관한 객관적 요건과 환자의 의사(意思)라는 주관적 요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객관적 요건으로 환자 상태에 다음 세 요소가 있어야 한다. 첫째, 의식 회복이 불가능해야 한다. 환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라면 그에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생명 관련 생체기능의 회복이 불가능해야 한다. 셋째, 환자가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할 상태여야 한다. 주관적 요건으로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시행이나 계속을 거부해야 한다. 거부 의사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의료인에게 밝힌 ‘사전의료지시’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그런 문서가 없는 경우 ‘추정’을 통해 확인될 수도 있다.대법원이 말하는 사전의료지시가 인정되려면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능력이 있을 때 의사의 설명을 듣고 진지하게 결정한 것이어야 한다. 환자가 직접 작성했거나, 의료인이

  • 경제 기타

    골목상권 위해 마트 영업제한 타당"… 소비자 권리 문제 남아

    현재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55% 미만인 대형마트와 그 임대매장인 병원·식당·미용실·사진관 등의 부설 점포, 기타 준대규모 점포는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의무휴업이 강제되고 있다. 국회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형마트 등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시장·군수·구청장이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밤 12시~오전 8시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공휴일 중 매월 1~2일의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듬해 4월에는 밤 12시~오전 10시 영업금지, 월 2회 휴일 의무휴업 등으로 규제를 강화한 재개정안이 시행됐다.유통업체 “영업제한은 위법… 취소해달라”2012년 2월 전북 전주시가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마트 영업규제 조례를 개정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서울 동대문구청장과 성동구청장은 그해 11월 제정된 조례를 근거로 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2, 4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GS리테일 등(원고)은 위 구청장들(피고)을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이 사건의 쟁점은 ①원고가 대형마트에 해당하는지 ②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한 처분이 임대매장에까지 적용되는지 ③피고의 처분이 서비스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인지 ④피고가 영업제한 시간과 일자를 완화하지 않고 법규에 정한 최대한도로 처분한 것이 재량권 불행사·해태(게을리함)에 해당하거나 비례원칙에 위반하는지

  • 경제 기타

    "공공이익 위한 규제라도 사회적 허용범위 넘어선 안돼"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은 투기 열풍으로 인한 심각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문제시됐다. 토지는 공공재(公共財)라는 주장이 널리 확산됐고 이른바 토지공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헌법 제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런 헌법 규정과 여론에 근거해 1989년 12월30일 토지공개념 3법, 즉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이 제정됐다.헌법 122조에 근거한 부동산 규제1990년 1월1일 시행된 개발이익환수법은 개발부담금제도를 도입했다. 택지 개발, 공단 조성 등 개발사업을 시행해 사업 시행자나 토지 소유자에게 정상 지가 상승분을 초과해 토지가액이 증가하는 ‘개발이익’에 개발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개인 또는 법인이 보유한 유휴토지 등의 지가가 상승할 경우 그 소유자가 얻는 토지초과이득을 조세로 환수하는 것이었다. 1990년 2월28일 시행된 택지소유상한법은 주택 관련 토지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인이 일정 규모(서울 등 일부 대도시는 가구당 약 660㎡) 이상의 택지를 소유한 경우 또는 법인이 택지를 예외적으로 보유한 경우 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하도록 정했다.법 제정 이후 사유재산제도의 침해 내지 국민의 재산권 보장에 대한 침해로 위헌 논란이 계속됐다. 특히 택지소유상한제에 대한 비판은 매우 강력했다. 몇몇 대도시 거주자에게만 택지 소유를 제한함으로써 ‘벌금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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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 거절한 독점기업, 제재할 수 있을까?

    시장경제에서 독과점 상태는 규제 대상이다. 우리 법체계에서 독과점 규제는 두 가지 특징을 보여왔다. 시장지배적 지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위 남용을 규제한다는 점, 그리고 금지하는 남용 행위들이 불공정 거래 행위와 유사한 외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두 유형에 모두 해당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독점기업에 의한 것이라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일반 기업에 의한 것이라면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제되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그런데 이 같은 시각을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은 판결이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해 내려졌다. 공정거래법 관련 판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얘기되는 이 판결로 독점기업의 지위 남용 문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의 시각에 커다란 차이가 드러났으며, 이후 공정위의 규제 방향에도 일대 전환이 일어났다.중간재 거래처의 ‘공급 거절’자동차의 뼈대가 되는 차체는 냉연강판이라는 특수가공 철재로 제조하는데, 이 철재는 열연코일이라는 중간재를 가공해 생산한다. 자동차 제조업체 A사는 냉연강판을 줄곧 철강업체 P사 등에서 구입했다. 그런데 1999년 A사와 계열 관계에 있는 철강업체 H사가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설비를 신설해 이 시장에 진출했다. 문제는 H사가 냉연강판을 생산하려면 그 소재가 되는 열연코일을 독점 공급자인 P사에서 구입해야만 하는데, P사가 공급을 거절하는 일이 발생했다. H사는 P사의 행위가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고 보고 공정위에 신고했다.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P사가 과연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는지 △P사의 거래 거절로 H사의 사업활동이 방해받았는지 △H가 사업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