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오를 때마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라는 회사의 고위 임원들을 꼭 만났다. 이들 기업은 국가 신용등급 평가에 있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3대 신용평가 회사다. 북핵(北核) 위기가 고조되면서 신평사들이 한국의 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제기되자 “한국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한 나라의 경제 수장이 직접 나서 챙길 정도로 국가 신용등급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인처럼 국가에도 신용등급이 있다
국가 신용등급은 한 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통한다. 국가 신용등급은 그 나라 기업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준다. 통상적으로 아무리 우량기업이라도 소속 국가의 등급이 나쁘면 국제 신평사로부터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오르면 해외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가나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 차입비용이 낮아지고, 외국인의 주식 투자도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나 기업은 해외에서 돈을 조달할 때 더 비싼 금융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신용불량자는 은행보다 금리가 몇 배나 높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투기등급으로 분류된 국가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 기관투자가도 많기 때문에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방치했다가는 해외 자금 조달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10년 간 상승폭 OECD 국가 중 최고
현재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무디스는 Aa2, S&P는 AA, 피치는 AA-로 평가하고 있다. 신평사마다 등급 분류 기준이 달라 조금 복잡해보이지만 무디스와 S&P에서는 총 21개 등급 중 세 번째, 피치에서는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3대 신평사를 통틀어 한국보다 등급이 높은 나라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 소수에 그친다. 이웃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조차 한국보다 1~2단계씩 낮은 등급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 대한 평가가 늘 이렇게 좋았던 건 아니다. 나라 곳간에 달러(외환보유액)가 바닥나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말 무디스는 한국의 등급을 Ba1, S&P는 B+, 무디스는 Ba1까지 강등시켰다. 순식간에 해외에서 돈을 꾸기 힘든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외환위기를 신속히 수습하면서 신용등급은 빠르게 반등했다.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국가 재정을 건전화하는 데 피땀 어린 노력을 쏟은 결과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상승 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컸다. 무디스와 S&P는 10년 새 한국의 등급을 3단계씩, 피치는 1단계 상향 조정했다. 반면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등은 등급이 5~10단계씩 급락했다.
“구조개혁 후퇴하면 신용등급 강등”
3대 신평사는 북한의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북핵 위기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낮고, 올 경제성장률 3% 달성이 확실해지는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피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무디스는 “강한 경제 회복력, 재정 건전성, 투명한 정부 제도 등을 바탕으로 현행 등급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상 최고’ 신용등급에 마냥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신평사들의 판단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은 한국의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북한 문제가 한국 경제의 큰 잠재적 위협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무디스는 북핵 못지않게 한국의 ‘개혁 의지 부족’을 우려했다. 무디스는 올 7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끌어내릴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은 구조개혁 후퇴”라고 지적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한국은 ‘안심하고 투자해도 되는 나라’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NIE 포인트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주요 선진국의 최근 신용등급 상승·하락 현황을 조사하고 그 이유를 분석해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개인처럼 국가에도 신용등급이 있다
국가 신용등급은 한 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통한다. 국가 신용등급은 그 나라 기업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준다. 통상적으로 아무리 우량기업이라도 소속 국가의 등급이 나쁘면 국제 신평사로부터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오르면 해외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가나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 차입비용이 낮아지고, 외국인의 주식 투자도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나 기업은 해외에서 돈을 조달할 때 더 비싼 금융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신용불량자는 은행보다 금리가 몇 배나 높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투기등급으로 분류된 국가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 기관투자가도 많기 때문에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방치했다가는 해외 자금 조달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10년 간 상승폭 OECD 국가 중 최고
현재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무디스는 Aa2, S&P는 AA, 피치는 AA-로 평가하고 있다. 신평사마다 등급 분류 기준이 달라 조금 복잡해보이지만 무디스와 S&P에서는 총 21개 등급 중 세 번째, 피치에서는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3대 신평사를 통틀어 한국보다 등급이 높은 나라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 소수에 그친다. 이웃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조차 한국보다 1~2단계씩 낮은 등급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 대한 평가가 늘 이렇게 좋았던 건 아니다. 나라 곳간에 달러(외환보유액)가 바닥나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말 무디스는 한국의 등급을 Ba1, S&P는 B+, 무디스는 Ba1까지 강등시켰다. 순식간에 해외에서 돈을 꾸기 힘든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외환위기를 신속히 수습하면서 신용등급은 빠르게 반등했다.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국가 재정을 건전화하는 데 피땀 어린 노력을 쏟은 결과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상승 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컸다. 무디스와 S&P는 10년 새 한국의 등급을 3단계씩, 피치는 1단계 상향 조정했다. 반면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등은 등급이 5~10단계씩 급락했다.
“구조개혁 후퇴하면 신용등급 강등”
3대 신평사는 북한의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북핵 위기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낮고, 올 경제성장률 3% 달성이 확실해지는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피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무디스는 “강한 경제 회복력, 재정 건전성, 투명한 정부 제도 등을 바탕으로 현행 등급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상 최고’ 신용등급에 마냥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신평사들의 판단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은 한국의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북한 문제가 한국 경제의 큰 잠재적 위협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무디스는 북핵 못지않게 한국의 ‘개혁 의지 부족’을 우려했다. 무디스는 올 7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끌어내릴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은 구조개혁 후퇴”라고 지적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한국은 ‘안심하고 투자해도 되는 나라’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NIE 포인트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주요 선진국의 최근 신용등급 상승·하락 현황을 조사하고 그 이유를 분석해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