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작품인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와 명작 ‘벙어리 삼룡이’를 살펴보자. 소설은 그 시대의 풍속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역사서이며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1922년에 발표한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의 주인공은 열두 살 난 여자아이다. ‘벙어리 삼룡이’는 당연히 삼룡이가 주인공이지만 사건의 불씨를 제공하는 인물은 열일곱 살 난 새신랑이다. 1920년대의 10대는 작품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소학교 4학년인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의 주인공은 ‘웬일인지 나의 어린 마음이 공연히 우울하여졌다’며 자신의 기분을 자주 읊조린다. 그 시대에는 주로 대가족이었을 텐데 소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따로 떨어져 산다. 동생을 업고 엄마와 함께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려도 날마다 늦게 들어오는 아버지. 어느 날 자다가 일어난 소녀는 늦게 들어와 식사하는 아버지가 반가워 “아버지!”하고 부른다. 그러자 “아버진 뭐든지 다 귀찮다. 어서 잠이나 자거라”하는 퉁바리만 돌아온다. 소녀는 ‘얼굴이 홧홧하도록 무참한 기분’이 되고 만다.
‘벙어리 삼룡이’와 사랑하는 법
우직한 삼룡이의 순수하면서도 저돌적인 사랑이 이 소설의 주제일 텐데, 새신랑이 이 소설의 갈등을 계속 유발시킨다. 귀엽게 자라 버릇이 없고 ‘사람에게나 짐승에게 잔인 포악한 짓’을 많이 하는 새신랑. 모든 걸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삼룡이를 짐승 취급하는 새신랑은 당시 풍습에 따라 겨우 열일곱 살에 장가를 갔고, 예쁜 새색시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새신랑과 삼룡이의 각각 다른 입장을 헤아려보며 ‘사랑하는 법’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사랑받고 살아야 할 10대는 사랑하며 보내야 아름다운 시절이기도 하다.
이근미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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