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포커스] "1000분의 1초 줄여라"… 스포츠도 과학이죠
첨단 소재, 첨단 설계가 기록이다

[뉴스 인 포커스] "1000분의 1초 줄여라"… 스포츠도 과학이죠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단순하게 나무로 짜서 만든 가구가 아니라 인체 구조에 맞게 과학적으로 설계한 가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광고를 벤치마킹하면 이런 말도 만들 수 있겠다. “스포츠는 운동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스포츠에서 과학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스포츠 사이언스(sports science)’다.

선수들은 1000분의 1초, 1㎝, 1점이라도 더 단축하거나 더 따내기 위해 첨단 소재, 첨단 기구, 첨단 설계, 첨단 생체의학에 의존한다. 개막일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도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스포츠 과학의 경연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메달 종목인 쇼트트랙은 과학의 레이스라고 할 만하다. 트랙 둘레가 111.12m인 이 종목은 전체 주행의 70~90%가 곡선이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곡선주행을 위해 쇼트트랙 스케이트 날의 위치를 양발 중심선에서 왼쪽으로 치우치게 설계했다. 스케이트 날도 미세하게 휘어져 있다. 미세한 휨 덕분에 몸이 회전 구간에서 얼음에 붙을 정도로 누워도 넘어지지 않는다. 물리학 방정식에 따라 계산된 위치와 휨 정도다. 선수들이 끼는 ‘개구리 장갑’도 과학이다. 일반 장갑이 아니라 손가락 끝이 개구리 발끝처럼 생겼다. 중심을 잡게 해주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게 에폭시수지로 감쌌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처음 쓴 뒤 다른 선수들도 따라한다.

400m 트랙을 도는 롱트랙 스케이트 신발에도 과학이 들어 있다. 과거엔 날과 신발이 일체형으로 붙어 있었다. 지금은 자세히 보면 날의 뒷꿈치 부분이 얼음을 지치는 발을 바꿀 때마다 떨어졌다 붙었다 한다. 이때 ‘탁탁’ 소리가 난다고 해서 ‘클랩 스케이트’라고 불린다. 분리형 설계는 가능한 한 많은 시간 날이 빙판에 붙어 있게 해야 속도 유지에 유리하다. 0.01초 이내의 차이로 승부가 나는 것이 이 종목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과학적 설계를 외면할 수 없다.

김연아 선수 종목으로 유명한 피겨스케이트 날의 설계도 종목 특성에 맞는 ‘맞춤 과학설계’를 했다. 날의 두께는 스케이트 종목 중 가장 두껍다. 점프 후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다. 날의 중간은 움푹 들어가 있지만 양쪽 옆은 날카롭게 갈려 있다. ‘에지’로 얼음을 파서 균형을 잡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파른 경사를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알파인스키 ‘활강’은 속도 경쟁이기 때문에 코스에 소금을 뿌린다. 눈 표면을 살짝 얼리기 위해서다. 표면을 얼리면 마찰력이 적어져 속도가 높아진다. 표면에 스키 자국이나 돌출이 생기지 않는 역할도 한다. 60~70개의 기문을 통과하는 ‘회전’ 종목은 스키 날을 세우다시피 타야 회전량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스키 양끝 날을 둥글게 판다. 스키의 마라톤인 크로스컨트리는 언덕을 오르거나 기온이 낮을 때 파라핀과 꿀 같은 물질로 만든 왁스를 스키 바닥 가운데 바른다.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뉴스 인 포커스] "1000분의 1초 줄여라"… 스포츠도 과학이죠
항력 최소화 위한 디자인

시속 150㎞ 이상을 내는 봅슬레이는 장비 설계가 중요하다. 총알 속도로 내려가기 위해 항력을 최소화한 썰매 디자인이 필요하다. 작은 비행기 같이 생긴 이유는 항력 최소화를 고려한 설계 탓이다. 우리나라는 한때 좋은 썰매가 없어 빌려 타기도 했다. 썰매가 워낙 비싼 데다 비인기 종목이어서 투자조차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기적 같은 성적을 내면서 이번 올림픽 4인승, 2인승 종목에 모두 도전한다.

스키 점프는 점프대를 타고 내려오는 속도를 최대한 이용하고 공중에서 공기역학을 최대로 활용해야 하는 종목이다. 스키는 하늘을 날아야 하므로 넓고 길다(260~275㎝). 도약속도와 공기역학이 점프값을 결정하기 때문에 경기를 하는 동안 날씨 조건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두 번의 점프 기회를 갖는다.

동계 종목에만 과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계 종목 중 수영의 수영복은 과학 그 자체다. 한때 전신 수영복이 유행했다. 상어 피부처럼 작은 삼각형 돌기가 있는 직물소재는 선수의 몸을 따라 물이 흐르도록 돕는다. 또 물개 피부처럼 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장벽도 만들어 속도를 높여준다. 전신 수영복을 입은 25명의 선수 중 23명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몸이 로켓처럼 빨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선수들은 말했다. 이후 국제수영연맹은 전신 수영복을 금지했다. 스포츠 과학은 최근 정신심리치료로 확장돼 선수들이 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