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 파리바게뜨에 가맹점 제빵 기사 직접 고용하라는데 …
정부가 국내 최대 제과 프랜차이즈 기업인 파리바게뜨에 가맹점 제빵 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인력 파견업체 소속인 기사들에게 파리바게뜨가 품질관리 차원에서 업무지시를 해온 것이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민주노총은 즉각 환영하고 나섰지만, 뚜레쥬르를 비롯해 프랜차이즈업계는 초비상 상태다. 정부는 한라그룹 계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에서 일하는 파견 직원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행정조치도 내렸다. 정부 조치는 정당한가.

○찬성

“제빵기사는 파견회사 직원… 본사의 업무 지시는 불법”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자기 회사 직원도 아닌 일선 파리바게뜨 점포의 제빵 기사에게 직접 업무 지휘 및 명령을 해왔다”며 “본사가 제빵 기사에 대한 채용, 평가, 임금 승진에 관한 일괄 기준도 만들어 시행했다”고 밝혔다. 모두 파견법을 위반했다는 얘기다.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를 고용시장의 약자로 보고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법 취지에 따라 본사가 전부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 ‘계약 주체에 파리바게뜨 본사가 빠졌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고용부 판단이다. 계약 명칭이나 형식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가 형식상 계약 당사자는 아니지만 법이 금지한 불법 파견이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품질관리사를 통해 출근시간 관리를 했고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시·감독을 반복해왔다. ‘일정 수준’의 교육 훈련을 허용하고 있는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가맹사업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났다. 사용 사업주(고용자)로서 역할을 한 셈이다. 일선 가맹점주들도 연장근로 요청 등으로 업무상 관여한 사실이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사실 관계로나 법률 관계로나 실질적인 사용 사업주가 파리바게뜨인 만큼 불법 파견의 책임을 져야 한다. 5378명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사법처리 및 과태료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고용부가 밝힌 배경이다. 파견업체들은 주로 파리바게뜨 퇴직자들이 설립한 것으로, 단순히 제빵 기사를 보내는 기능만 하면서 가맹점주들부터 도급비를 받아 회사를 운영해왔다. 제빵 기사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의 일부가 흘러갔다고 볼 수 있다.

○반대

“가맹사업법상 교육 훈련 가능본사는 고용 계약 당사자 아니다”

파견계약에 따라 제빵 기사들의 실질적인 사용 사업주는 엄연히 가맹점(파리바게뜨 점포) 주인들이라는 게 본사 입장이다. 본사는 고용 관계에서 당사자가 아니며, 채용 승진 등에 대한 기준도 영세한 협력업체(파견회사)가 경영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나마도 선택 여부는 협력업체 결정에 맡겨졌다. 결국 정부가 파견법을 과도하게 제빵 기사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했다.

업계는 파견법만이 아니라 가맹사업법도 보라고 요구한다. 프랜차이즈산업 발전을 위한 가맹사업법은 제빵 기사에 대한 본사의 교육 훈련과 가맹점 경영 지원까지 허용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도급과 파견의 경계가 모호한 현실에서 파견법이 너무 경직돼 있는데다, 그나마 법 운용까지 과도하게 했다. 법률 사이의 모순점을 업계가 일방적으로 안게 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업은 가맹 본사와 독립 사업자(일선 점포) 간 자유 계약에 따른 사업이 본질이라는 전문가들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본사가 가맹점 직원을 직접 고용하도록 하면 통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프랜차이즈업 자체가 무너진다는 논리다. 제품의 품질 개선을 위해 본사가 일정 수준의 품질을 제빵 기사에게 요구한 것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조치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제품의 품질 개선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 증대를 위한 경쟁전략이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 기사를 직접 고용한다고 해도 가맹점에서 일하는 한 파견법 위반”이라는 법조계 해석도 감안해야 한다. 10년된 업무 관행과 현실을 무시하면 혼란만 가중되고 제빵 기사들의 취업문만 좁아질 뿐이다.

○ 생각하기

[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 파리바게뜨에 가맹점 제빵 기사 직접 고용하라는데 …
법률 간 모순, 프랜차이즈업의 본질도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행정이 ‘사적 자치’ 영역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사적 자치에 따른 계약 자유를 기반으로 다원화된 현대의 경제활동은 발전할 수 있었다. 이것은 헌법 정신에도 부합한다. 민법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과잉 행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파견법의 이런 문제 때문에 산업계는 10년째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파견 업종을 제조업 등으로 더 확대하고, 파견 사유도 완화해 달라는 것이었다. 파견근로자들은 보호하되, 관행을 감안하고 현실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는 쪽으로 파견법 완화를 공론화에 부쳐볼 필요도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