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과도한 복지 손 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가 노동개혁과 동시에 고용보험 등 복지 부문에도 손을 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 번 고용됐다가 실업자가 되면 최대 36개월까지 재취업지원수당(ARE)을 받을 수 있는 현행 체제가 지나치게 후하고 기업의 고용을 억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 식품회사 다농의 인사담당 책임자 출신인 뮈리엘 페니코 노동장관은 이달 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간 340억유로(약 45조8000억원)가 들어가는 고용보험과 300억유로(약 40조4100억원)가 소요되는 직무훈련제도를 손보겠다고 강조했다.노동장관, 재취업수당 등 축소 밝혀
페니코 장관은 “노동개혁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역학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직무훈련제도 등을 함께 손보지 않으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성공하려면 퍼즐의 모든 면을 맞춰야 하는 루빅큐브(정육면체를 여러 방향으로 돌려 흩어진 각 면의 색깔을 통일시키는 입체퍼즐) 맞추기에 비유하며 18개월 내에 달성하겠다고 했다.
페니코 장관이 언급한 복지개혁의 주된 목표는 지나치게 후한 재취업지원수당과 직무훈련수당이다. 프랑스는 유럽 전체에서 실업자를 가장 후하게 대하는 나라에 속한다. 최근 28개월 동안 4개월 이상 일한 경력이 있고 현재 비자발적 실업 상태라면 고용보험을 통해 재취업지원수당을 받을 수 있다. 50세 미만은 최장 24개월, 50세 이상은 최장 36개월까지 고용 당시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금액의 57% 수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지급 상한액이 있긴 하지만 월 1만3076유로(약 1760만원)로 높아 큰 의미가 없다. 근로기간이 4개월에 못 미치는 등의 이유로 이 수당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연대기금을 통해 하루 16.32유로(약 2만2000원)를 별도로 지원받는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시절 대대적으로 확대 개편한 직무훈련제도도 기업과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페니코 장관은 꼽았다. 이 제도는 16세 이상의 근로자(도제수업을 받는 15세 포함)가 연 12~24시간씩 최대 150시간을 직무훈련에 쓸 수 있는 것이다. 고용주에게 별도로 승인받을 필요도 없다. 취지는 좋지만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효과보다 이미 고용된 사람의 복지제도처럼 운영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는 이 제도가 꼭 필요한 사회초년생이나 장기 실업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보고 내년 상반기 목표로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가장 좋은 해법은 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
페니코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마크롱 정부가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해 불만도 털어놨다. 노동계와 진지한 협상을 통해 주고받는 관계이며, 노동계도 개혁에 꼭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노동단체들과 300시간에 걸친 대화를 통해 현재의 개혁안이 도출됐으며 오는 12일 예정된 노동계 총파업에 프랑스 3대 노동단체 중 민주노동총연맹(CFDT)과 노동자의 힘(FO)이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 그 증거라고 했다. 12일 총파업은 상대적으로 강경파인 노동총동맹(CGT)이 주도한다.
페니코 장관은 이 같은 개혁을 통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숨 쉴 공간을 갖고 프랑스 노동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기업들도 새로운 계약을 따내기 위해 직원에게 필요한 훈련을 시킨다거나 두 달간 일요일 특근을 하게 하는 등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문제가 (기업의) 심리와 연관돼 있다. 자신감을 회복하려면 모든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다농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사례로 들며 “경험상 가장 좋은 해법은 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