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가 중 프랑스 75%로 1위… 한국 31%·10위
[뉴스 인 포커스] 선진국일수록 원자력 발전으로 에너지 만든다
한국은 폐쇄··· 일본은 재가동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19일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脫)핵 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월성 원전 1호기 가동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고(실제로 가동 중단했다) “2030년까지 (원전을) 몇 개 더 폐쇄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탈원전에 대한 우려도 많다. 탈원전의 롤모델이라는 대만의 경우 지난 8월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오후 6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순차적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대만 전체 가구의 3분의 2가 36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독일의 경우 2011년 탈원전 결정 이후 전기요금이 뛰었다. 가정용 전기료는 탈원전 선언 1년 전인 2010년 ㎾h당 23.69유로센트에서 2017년 29.16유로센트로 23.1% 증가했다. 원전이 위험하다면 과연 다른 나라들은 원전을 이용하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은 증가하는 중

위 그래프는 ‘OECD Factbook 2014’에 게재된 주요국 원자력 에너지 이용 현황이다. 전체 전력공급 중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OECD 34개 회원국 중 원전을 사용하는 나라는 18개국(2014년 기준), 없는 나라는 16개국이다. 사용하는 나라 중 8개국은 전력의 3분의 1 이상을 원전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원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프랑스다. 전체 전력의 74.6%를 원전으로 생산한다. 주변 영국 독일 스페인이 20% 미만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어 슬로바키아(56.3%), 벨기에(52.9%)가 50%를 웃돈다. 한국은 31.1%로 핀란드(31.7%)에 이어 열 번째다. 북유럽에서 노르웨이 덴마크 오스트리아는 원전이 없지만 이웃한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은 원전 의존도가 높다.

2016년에 발행된 ‘OECD Factbook 2016’에서는 2014년 게재된 자료에 비해 약간씩 변했다. 프랑스(76.9%), 슬로바키아(57.9%), 헝가리(49%), 스웨덴(41.2%), 핀란드(33.9%), 체코(33.3%), 스페인(20.4%), 미국(20.2%). 캐나다(16.0%) 등 18개국 중 9개국이 약간씩 증가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원전 전력 비중이 0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은 원자력 발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이미 5기가 재가동 중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로 4기가 재가동될 예정이다. 일부 노후 원전을 제외하고 일본 내 재가동이 가능한 원전의 80%가량이 재가동을 신청한 상태다.

중국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위해 원전 적극

전 세계 원전은 2014년 기준으로 총 438개이며 이 중 73.9%가 OECD 18개국에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99기), 프랑스(58기), 일본(48기), 러시아(34기), 한국(23기), 인도(21기), 캐나다(19기), 중국(23기), 영국(16기), 스웨덴(10기), 독일(9기), 스페인(8기) 순이다. 일본은 원전 수는 많은데 의존도는 11.6%로 낮다. 아베 정부는 2015년에 내놓은 ‘에너지 수급 전망’에서 전체 전력원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2030년까지 20~22%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재생에너지(22~24%), LNG와 석탄·석유를 비롯한 화력(56%) 등과 균형 잡힌 전원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최근 건설 중인 원전은 중국 26기, 러시아 9기, 인도 6기, 미국 5기 등 모두 70기다. 중국은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5기가 건설 중이었지만 중단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하려면 전 세계 원전을 통한 전력공급 비중이 현재 12%에서 20%로 높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안전만 담보된다면 가장 싸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원전이다. 더구나 한국의 원자력 제어기술은 세계 최고다.

◆체크포인트

많은 사람들이 원전에 대해 잘 모른다. 원전은 사실 이산화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다. 원전을 포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미국 환경단체에서도 나온다. 원전을 모두 폐기하고 그만큼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유와석탄발전소를 지금보다 훨씬많이 짓고 가동해야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전력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탈원전은 많은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김형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