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근은 인구증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발생하죠
이 그림은 독일 저널리스트인 귀도 밍겔스가 독일 잡지인 슈피겔지에 게재한 자료다.
이 그림은 독일 저널리스트인 귀도 밍겔스가 독일 잡지인 슈피겔지에 게재한 자료다.
‘인류는 굶어죽는다’는 책들

많은 사람은 인구가 늘어날수록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환경 비관주의자인 레스터 브라운은 1974년 “농부들이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더 이상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예측했다. 20년이 지난 뒤 다시 “식량과 인구 사이의 불균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류가 이렇게 분명한 대규모 위기와 맞닥뜨린 일은 과거에는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근을 예측한 사람은 레스터 브라운뿐만 아니었다. 윌리엄 패독과 폴 패독의 책 《기근. 1975!》과 폴 에를리히의 책 《인구 폭탄》은 기근으로 인한 종말론적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책이다. 패독 형제는 《기근. 1975!》 첫 장의 제목으로 ‘인구와 식량 충돌은 필연이다. 미리 정해진 운명이다’라고 과장했다. 기근은 필연적으로 인류가 만날 운명이라고 주장했다. 폴 에를리히도 《인구 폭탄》에서 “필연적으로 대량 아사가 임박했으며 세계 인구는 20억 명으로 줄어들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이런 환경 비관주의자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2000년 이후 기근 지역은 소말리아 뿐

위 그래프는 독일 저널리스트인 귀도 밍겔스가 독일 잡지인 슈피겔지에 게재한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2000년 이후 기근으로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 명당 3명 정도라고 한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재난은 2011년 소말리아의 기근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소말리아 전체 인구의 4.6%에 이르는 25만8000여 명이 굶주림 끝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망자의 절반은 5살 미만 아동으로 이는 소말리아 5살 이하 인구의 10% 규모다. 소말리아의 기근을 제외하고는 2000년 이후로 기근이 일어난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비해 1920년에서 1970년 사이에는 기근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7000만 명 이상이었다. 전 세계 인구 10만 명 당 529명이 사망한 셈이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망한 것일까? 이 시기에 기근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인구의 증가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말해 공산주의 이론이 주장한 ‘농업 집단화’ 탓이었다.

1920년 이후 가장 최악의 기근으로 기록된 우크라이나의 대기근이나 중국 대약진 운동(大躍進 運動)이 대표적인 예다. 대약진 운동은 근대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1958년부터 1962년까지 마오쩌둥(毛澤東)의 주도로 시작된 농공업의 대규모 증산 정책이었다. 마오쩌둥은 집단농업의 우월성을 믿고 집단화를 통해 중국에서 완전한 공산주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그는 국유화된 ‘인민공사(人民公社)’를 조직했다. 이 ‘인민공사’에서 농민들이 공동취사 하도록 하고,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원칙을 실시하도록 했다. 닭이나 농기구까지 다 집단화, 즉 국유화되었다. 또 농민들은 농사뿐 아니라 공업 분야의 노동에도 동원되었다. 이 운동의 결과는 참혹했다. 농사를 지어도, 생산을 해도 자기 것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굳이 일을 열심히 하려 하지 않았다. 농업 생산량은 급감했다. 굶어죽은 사람이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로만 2158만 명에 달했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4000여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대약진 운동과 함께 최악의 기근은 ‘홀로도모르’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대기근 사건이다. 우크라이나 지방이 스탈린의 농업 집단화 정책에 반발하자 스탈린이 보복으로 곡물과 식료품을 모조리 빼앗아 굶겨버렸다. 이로 인해 750여만 명 정도가 굶어 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과 농업혁명으로 풍요

인류의 숙명을 비관하는 가장 진부한 근거 중 하나는 식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식량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과 농업종자 혁명 등으로 인해 단위 면적당 곡물 생산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다. 곡물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넘쳐나고 있다. 선진국들이 식량을 후진국에 지원해줘도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배분할 정치적 안정성이 없어 고른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내란과 분쟁으로 유통망이 완전히 차단되기 일쑤이고 정치권력의 부패로 기근이 발생한다. 소말리아 등 후진국 기근의 원인은 정치적 무능력 탓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체크 포인트
인구가 증가하면 식량이 줄어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인구폭탄=종말론’은 이런 생 각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주위 를 둘러보면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자

김형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