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란 초기 기독교 교리를 체계화한 학자들이죠… 교부철학은 플라톤철학과 기독교를 접목했어요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14) 교부철학(상)아우구스티누스
초기 그리스도의 교리를 체계화하는데 기여한 학자들을 ‘교부’라 부르며, 이들에 의해 확립된 기독교 교리와 사상을 교부철학이라고 한다. 중세 교부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는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다. 그는 고대 그리스 철학과 초기 그리스도교를 접목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교부들이 활동했던 2~8세기는 서양 문명의 두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철학과 그리스도교의 융합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14) 교부철학(상)아우구스티누스
교부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의 만남이 대개 그렇듯이,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도교 간의 융합 과정도 순조롭지 않았다. 믿음과 이성 사이에는 긴장 관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신의 계시를 믿음으로 성립하는 그리스도교와 이성을 중시하는 철학은 성격상 근본적으로 조화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리스도교가 교부 철학의 시대로 넘어오기 이전, 즉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철학은 지상의 지혜라 하여 무시되었고, 신의 지혜를 계시로서 가르쳐주는 신앙이야말로 참된 진리라 믿었다. 여기서 이들이 따르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계시란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그리스도교의 계시는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 성경은 구약 39권, 신약 27권을 합하여 모두 66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왜 성경에는 구약과 신약이 있는 것일까? 구약(옛 언약)은 신이 인간에게 한 첫 번째 약속으로서 창조 때부터 시작하여 그리스도가 오기 전까지 기록인 반면, 신약(새 언약)은 신이 인간들과 한 현재의 약속이다. 구약과 신약이 형식적으로는 구분되어 있지만, “신약은 구약에 감추어져 있고, 구약은 신약에 나타나 있다”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둘은 내적으로 깊은 연관성과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 ‘신약이 구약에 감추어져 있다’는 말은 신약의 내용은 이미 구약에 예언된 것이라는 점을, ‘구약은 신약에 나타나 있다’라는 말은 구약의 예언은 신약에서 성취되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즉 신약에 나오는 예수가 곧 구약에 예언된 그리스도라는 것이 바로 성경의 계시 내용이다.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14) 교부철학(상)아우구스티누스
믿음과 이성의 균형

한편 철학은 신의 계시에 대한 믿음을 중시하는 종교와 달리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여 이치를 따진다. 이치에 맞으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치는 것이 철학의 속성이다. 따라서 당시 그리스도교의 과제는 믿음과 이성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었다. 이 둘을 대립과 충돌 관계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균형과 조화의 관계로 볼 것인가 하는 기로에 놓여 있던 것이다. 여기서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의 철학을 수용함으로써 믿음과 이성의 균형을 중시하는 서양의 지적 전통을 세우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살았던 시대는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에서 공인되고 공식 국교가 되는 시기였다. 공인된 그리스도교가 가진 당면한 과제는 어떻게 그리스도교를 이교도들에게 이치에 맞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은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에 대하여 아우구스티누스는 당대 최고의 교부로서, 플라톤주의를 토대로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확립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그리스도교에 플라톤 철학의 옷을 입혔다고 할 수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교리

교부철학자 아우구티누스가 그리스 철학 중 플라톤의 사상을 받아들여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이해시키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설명하기에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의 사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천국의 세계를 철학적으로 이해시키려고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기만 하여도 죽임을 당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였지만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처음에 플라톤주의적 관점에서 성서를 이해하고자 하였지만, 점차 플라톤의 가르침을 넘어서는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인간을 향한 신의 끝없는 사랑과 은총이었다. 그에게 신은 이성적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종교적 체험을 통해 만나야 할 인격적 존재였다.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최고선인 신은 이 세상을 선하게 창조하고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주었으나, 인간이 자유 의지를 남용하여 악이 생겨났다. 따라서 인간은 불완전하고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 혼자서는 구원에 이를 수도 없다. 오직 신앙을 통해 신의 은총이 있을 때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억해주세요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 톤의 철학을 수용함으로 써 믿음과 이성의 균형을 중시하는 서양의 지적 전 통을 세우게 된다.

김홍일 < 서울국제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