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은 입사 지원서에 학력과 학교, 출신지, 가족관계, 신체조건 등 인적사항과 직무 연관성이 적은 스펙을 쓰지 않게 하고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상표를 가린 채 음료 등을 마시게 한 다음 해당 상표를 식별토록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에서 연유된 말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선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고 민간 대기업에도 이를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미 고용노동부가 만든 공공기관 ‘표준이력서’는 학력, 성별, 가족관계, 출신지 등이 삭제되고 직무 관련 교육이나 자격 사항 등만을 적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서류심사, 면접 등에서 객관적으로 직무 역량만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는 한마디로 ‘기회의 평등’이다. 직무와 연관성이 적은 학력, 학교, 출신 지역, 지나친 스펙에 밀려 처음부터 취업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분이 좋다고 결과 또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블라인드 채용이 ‘노력의 가치’를 무시한다고 비판한다. 좋은 학교 성적은 시간을 쪼개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생활한 결과인데, 이를 일률적으로 무시하는 건 그런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란 얘기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과연 기업이나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효율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학력이나 스펙 또한 엄연히 인재의 역량을 구성하는 요인이다. 직무와 영역에 따라서는 이런 요인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뭘 갖고 어떻게 뽑느냐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모든 주제는 상반된 두 개의 거대한 담론이 있다”고 했다. 어떤 주제나 어떤 정책도 상반된 논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블라인드 채용도 마찬가지다. 기회의 균등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과연 합리적인 평가인지의 관점에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4, 5면에서 블라인드 채용의 긍정·부정적 측면을 살펴보고 일반 기업의 사례도 알아보자.

신동열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