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읽기] 좋은 아이디어는 멍 때려야 잘 나온다?
[신간《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읽기] 좋은 아이디어는 멍 때려야 잘 나온다?
☞옆에서 소개한 사례는 독일의 심리 학자 바스 카스트의 책 《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한국경제신문 펴 냄·276쪽·1만5000원)를 발췌해 재구성 한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창의성에 대 해 지금까지 이뤄진 주요 연구 결과를 분석하고, 일상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창의성이 선 천적으로 주어진 능력이 아니며 생활 의 작은 변화를 통해 누구나 후천적으 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 늘 집중해야 한다고 배워 왔다. 하지만 창의성도 그럴까? 집중력과 창의력의 상관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한 연구에서 두 명의 미국 심리학자는 4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의 수면주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나뉘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야행성 생활을 하느라 늦잠꾸러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들은 이들에게 집중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과제를 고르게 섞은 다양한 과제를 내줬다. 일부는 단순한 수학방정식이나 전형적인 IQ 테스트처럼 단계별로 분석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였고, 다른 일부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먹히지 않는 대신 시각의 전환과 창의적인 통찰을 필요로 하는 문제였다.

너무 집중하면 창의력 오히려 떨어진다

심리학자들은 이 실험에서 일부 학생들에게는 오전 8시30분에서 오전 9시30분 사이에, 다른 학생들에게는 저녁 5시 무렵에 이 과제를 풀게 했다. 그 결과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에 있어서 아침형 학생들은 저녁 시간에, 저녁형 학생들은 아침 이른 시간에 정점에 도달했다. 묘하게도 뭔가에 완전히 집중해야만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와 반대로, 분석적인 과제에 있어서 시간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즉 시간대가 이상적일수록 성적이 더 좋아졌다.

심리학자들은 “너무 지나친 집중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방해가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야행성 생활을 하는 사람의 뇌는 이른 아침시간에는 혼미한 상태가 된다. 집중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의 폭이 좁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저녁형 인간에게 아침 시간은 이례적인 발상이 요구되는 문제를 풀기에 적합한 시간이 된다. 아침형 인간은 이와는 반대가 될 것이다.

시선을 분산하면 다양한 해결책이 보인다

우리는 졸음이 오는 상태라면 생각은 점점 산만해지고 공부나 일에 있어서 능률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이렇게 집중력이 약화될 때 오히려 우리의 시야는 확대된다. 시선이 한 곳에 고정돼 있지 않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더 큰 정신적 공간을 비추기 때문에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캐나다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도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이 실험은 650명이 넘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의 긴장도와 이완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색깔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용했다. 이들은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컴퓨터 화면을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설정한 뒤 교정을 보게 했다. 그 결과 빨간색 배경에서 교정을 본 참가자들이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고, 파란색 배경에서 교정을 본 참가자들보다 성적이 좋았다. 반대로 창의력이 요구되는 과제에서는 빨간색이 방해가 됐고 파란색은 효과가 좋았다. 창의력 테스트에서는 파란색 배경을 보며 문제를 푼 참가자들이 빨간색 배경에서 동일한 문제를 푼 참가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답을 맞혔다. 정밀함이 요구되는 일에는 빨간색이, 무언가 연상해야 하는 작업에는 파란색이 더 도움이 된 것이다.

집중력에는 빨간 벽, 창의력에는 파란 벽

요약하자면 빨간색은 집중력을 높이긴 하지만 생각의 시야를 좁혀 결국 상상력에 족쇄를 채운다. 정확성이 중요하고, 사소한 실수조차 피해야 하는 경우라면 빨간색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다. 하지만 독창성과 상상력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실수가 용납되는 경우라면 주변의 벽을 파란색으로 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리=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