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다국적 IT 기업을 겨냥해 정부가 ‘불공정 행위’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들이 가진 빅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편중되게 노출시키며 낸 이익이 부당하다는 게 핵심이다.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운영이 기존의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유무선 인터넷망은 정부 주도로 깔렸는데 이들 기업이 무임승차로 이익을 누린다고 주장한다. 이 논란은 앞서 EU가 3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비롯됐다. 우리 정부는 이에 가세하는 모양세다. ‘빅 데이터 독점’ 규제는 정당한가.
찬성-“기존 네트워크에 무임승차 정부의 규제는 타당성 있어”
구글,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공룡들과 싸움 때문에 국내 인터넷 기업들 사정이 매우 어렵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디지털 광고시장 점유가 46%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이들의 시장 장악은 더욱 확대된다. 세계 최초라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국내 기업 중에서 이들 때문에 초기에 퇴출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싸이월드가 대표적이다. 지금 풍토에서는 유사한 사업모델의 인터넷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하기는 매우 어렵다.
구글의 동영상 채널인 유튜브는 2016년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1168억원 매출로 1위가 됐다. 국내 1위인 네이버의 456억원보다 월등히 많다. 안그래도 국내 메신저 이용자들이 해외프로그램으로 옮겨가는 등으로 국내업체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무한정 팽창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어느 정도 선까지는 국내기업들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와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 사이에 존재하는 규제의 불균형도 현실적인 문제다. 구글은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독점에 따른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이 독점적으로 확보한 각종 빅데이터는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된 한국의 고용량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불가능했다. 네트워크 구축에는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지 않고 업계 자율에만 맡겨둔다면 이 불균형은 개선되기 어렵다.
반대-“네트워크는 통신사가 구축 자칫 통상압력 초래할 수도”
구글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시장에서는 후발업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EU와 달리 검색엔진 시장의 점유율도 아직 낮은 편이다. 빅데이터도 인터넷 이용자의 자발적 검색에 따라 결과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페이스북도 편리한 서비스 때문에 몰려든 이용자들이 스스로 올린 데이터가 쌓인 결과물일 뿐이다. 이런 빅데이터까지 규제한다면 자유로운 시장의 창의성은 어떻게 발휘되겠나.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아무런 비용도 치르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네트워크는 통신 사업자들이 구축한 것이며,더 냉정하게 본다면 이용자들이 낸 통신이용료(요금)에 기반했다. 간섭없는 사용의 증대로 모든 이용자들의 편리와 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이다. 정부는 이런 선순환을 규제할게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한류의 보급도 이런 트렌드에 기반했다. 이용자,통신 회사,각종 서비스 제공업체 모두의 이익이 커져가는데 정부가 불필요한 개입을 하려 든다.
명백한 불공정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도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 당국자처럼 이런 사실을 홍보하면서 떠들썩하게 할 일은 아니다. 안그래도 한미 FTA재협상 논의가 시작되는 판에 특정 기업에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비판여론이 형성되면 더 큰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기업을 어설프게 손댔다가는 정부가 망신을 살수도 있다. 법리적으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생각하기 "빅데이터 기준부터 세우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마인드로 접근해야"
빅데이터가 특정기업이 독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것인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빅데이터의 범위는 너무나 넓어 어떤 것이 가치가 있고,어떤 대목에서 문제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정리된 기준도 없다. 다국적 대기업이라 해서 한국 시장에서도 지배적 위치에 있는지도 감안돼야 한다.
국내 서비스업체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드라마가 어떻게 퍼져나갔고,한류 스타들 인기는 어떤 경로로 형성됐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대로 일한다’며 박수받을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통상문제의 불씨도 도사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다고 보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접근할 사안이다. 인기영합적 접근은 어떤 경우에도 금물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찬성-“기존 네트워크에 무임승차 정부의 규제는 타당성 있어”
구글,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공룡들과 싸움 때문에 국내 인터넷 기업들 사정이 매우 어렵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디지털 광고시장 점유가 46%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이들의 시장 장악은 더욱 확대된다. 세계 최초라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국내 기업 중에서 이들 때문에 초기에 퇴출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싸이월드가 대표적이다. 지금 풍토에서는 유사한 사업모델의 인터넷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하기는 매우 어렵다.
구글의 동영상 채널인 유튜브는 2016년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1168억원 매출로 1위가 됐다. 국내 1위인 네이버의 456억원보다 월등히 많다. 안그래도 국내 메신저 이용자들이 해외프로그램으로 옮겨가는 등으로 국내업체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무한정 팽창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어느 정도 선까지는 국내기업들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와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 사이에 존재하는 규제의 불균형도 현실적인 문제다. 구글은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독점에 따른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이 독점적으로 확보한 각종 빅데이터는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된 한국의 고용량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불가능했다. 네트워크 구축에는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지 않고 업계 자율에만 맡겨둔다면 이 불균형은 개선되기 어렵다.
반대-“네트워크는 통신사가 구축 자칫 통상압력 초래할 수도”
구글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시장에서는 후발업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EU와 달리 검색엔진 시장의 점유율도 아직 낮은 편이다. 빅데이터도 인터넷 이용자의 자발적 검색에 따라 결과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페이스북도 편리한 서비스 때문에 몰려든 이용자들이 스스로 올린 데이터가 쌓인 결과물일 뿐이다. 이런 빅데이터까지 규제한다면 자유로운 시장의 창의성은 어떻게 발휘되겠나.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아무런 비용도 치르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네트워크는 통신 사업자들이 구축한 것이며,더 냉정하게 본다면 이용자들이 낸 통신이용료(요금)에 기반했다. 간섭없는 사용의 증대로 모든 이용자들의 편리와 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이다. 정부는 이런 선순환을 규제할게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한류의 보급도 이런 트렌드에 기반했다. 이용자,통신 회사,각종 서비스 제공업체 모두의 이익이 커져가는데 정부가 불필요한 개입을 하려 든다.
명백한 불공정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도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 당국자처럼 이런 사실을 홍보하면서 떠들썩하게 할 일은 아니다. 안그래도 한미 FTA재협상 논의가 시작되는 판에 특정 기업에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비판여론이 형성되면 더 큰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기업을 어설프게 손댔다가는 정부가 망신을 살수도 있다. 법리적으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생각하기 "빅데이터 기준부터 세우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마인드로 접근해야"
빅데이터가 특정기업이 독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것인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빅데이터의 범위는 너무나 넓어 어떤 것이 가치가 있고,어떤 대목에서 문제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정리된 기준도 없다. 다국적 대기업이라 해서 한국 시장에서도 지배적 위치에 있는지도 감안돼야 한다.
국내 서비스업체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드라마가 어떻게 퍼져나갔고,한류 스타들 인기는 어떤 경로로 형성됐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대로 일한다’며 박수받을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통상문제의 불씨도 도사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다고 보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접근할 사안이다. 인기영합적 접근은 어떤 경우에도 금물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