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학 입학금이 내년부터 없어진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가 결정하는 모양새지만 정부 의지가 뒤에서 작용해왔다. 앞서 입학전형료 인하 압박과 맞물려 있고, 장기적으로는 몇 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의 연장선에 있다. 학부모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가뜩이나 취약한 대학 재정에 압박요인이 되면서 대학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우려가 나온다. 등록금만 주목할 뿐 대학 경쟁력 강화, 대학교육의 수준 높이기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쟁점은 정부가 사립대의 입학금 인하에도 본격 나섰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의 입학금 폐지는 바람직한가.
○ 찬성
“산정 근거·사용 내용 불명확… 정부 안 나서면 관행적 납부 지속”
등록금 고지서에 입학금이라는 항목이 있은 지 오래다. 하지만 대학생도, 학부모도 입학금을 왜 내야 하는지,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관행처럼 그냥 납부해온 것이다. 대학정보공시센터 등에 따르면 2017년 4년제 대학 228곳에서 걷힌 입학금만 2300억원에 달한다. 1인당 국공립대는 평균 14만9500원 선인 반면 사립대는 77만3500원에 이른다. 입학금이 가장 비싼 서울의 D대는 102만4000원에 달하지만 대학의 교육 내용은 과연 어떤가.
물론 대학의 운영 등을 규정한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돼 있어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입학금 산정의 근거가 없다는 점, 징수 후 어떻게 사용되는지 내역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입학식이나 학생증 발급에 비용이 든다고 해도 과도한 금액이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납부하는 게 현실이다.
사립대는 국공립대보다 입학금이 훨씬 많지만 자율 판단으로 내버려둘 경우 스스로 폐지할 곳이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게 된 배경이다. 교육부는 전국 주요 사립대 기획처장들로 구성된 ‘입학금 폐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공립대처럼 폐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전에라도 각 대학들은 입학금의 사용처, 부과 기준과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돈 쓰임새 줄이기, 즉 지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선 대학도 거의 없다. 허리띠 조이기는 외면하면서 늘상 돈 없다는 불평만 하는 게 한국의 대학들이다.
○ 반대
“정부의 사립대 감독 도 넘어… 지나친 간섭으로 사학재정 압박”
정부의 대학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 더구나 국공립대가 아닌 사립대의 경영과 운영에 감독하려 드는 것은 사학 죽이기요, 월권 행위다. 수년간에 걸친 강압적인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들은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정부 지원금 때문에 등록금 동결 정책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 외부의 기부금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나마 몇몇 명성 있는 대학으로 몰릴 뿐 대부분 사학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입학금의 별도 회계도 무리한 요구다. 재원이 뻔한 상황에서 등록금으로는 부족한 재정을 일부라도 메워준 게 입학금이다. 입학금을 폐지한다면 등록금을 인상하는 수밖에 없다. 선거 공약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교육부가 파급효과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득달같이 입학금을 없애겠다고 나서는 것에서 교육 포퓰리즘을 보게 된다. 사립대까지 동시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국가 만능의 전체주의적 행정 행태다.
사립대는 등록금 수입에서 입학금 비중이 10%에 달한다. 등록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정부가 월권적 감독까지 하면서 입학금까지 폐지토록 하면 대학 운영이 가능하겠나. 재정 손실은 교육의 질 저하로 직결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그렇다고 정부가 부족분을 메워줄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 교육의 질 향상, 경쟁력 강화는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가경쟁으로만 몰고 가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나.
○ 생각하기
취업도 잘 되지 않는 시대, 대학교육 무용론까지 나오는 사회다. 한국 대학의 수준이 국제 비교에서 계속 밀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게 본다면 용처도 불분명한 입학금을 왜 받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만도 하다. 한국 대학이 다져온 신뢰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중요한 포인트는 모든 재화나 서비스의 교환에서 질 좋은 것을 찾자면 적절한 비용, 합당한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싸구려 비용으로 고급 상품과 서비스를 바랄 수 없다는 점은 교육에서도 진실이다. 사학의 자율성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정부가 간섭할수록 사학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금전적으로 계산도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저가 경쟁이 반드시 선은 아니다. 비용이 설사 더 들더라도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 찬성
“산정 근거·사용 내용 불명확… 정부 안 나서면 관행적 납부 지속”
등록금 고지서에 입학금이라는 항목이 있은 지 오래다. 하지만 대학생도, 학부모도 입학금을 왜 내야 하는지,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관행처럼 그냥 납부해온 것이다. 대학정보공시센터 등에 따르면 2017년 4년제 대학 228곳에서 걷힌 입학금만 2300억원에 달한다. 1인당 국공립대는 평균 14만9500원 선인 반면 사립대는 77만3500원에 이른다. 입학금이 가장 비싼 서울의 D대는 102만4000원에 달하지만 대학의 교육 내용은 과연 어떤가.
물론 대학의 운영 등을 규정한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돼 있어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입학금 산정의 근거가 없다는 점, 징수 후 어떻게 사용되는지 내역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입학식이나 학생증 발급에 비용이 든다고 해도 과도한 금액이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납부하는 게 현실이다.
사립대는 국공립대보다 입학금이 훨씬 많지만 자율 판단으로 내버려둘 경우 스스로 폐지할 곳이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게 된 배경이다. 교육부는 전국 주요 사립대 기획처장들로 구성된 ‘입학금 폐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공립대처럼 폐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전에라도 각 대학들은 입학금의 사용처, 부과 기준과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돈 쓰임새 줄이기, 즉 지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선 대학도 거의 없다. 허리띠 조이기는 외면하면서 늘상 돈 없다는 불평만 하는 게 한국의 대학들이다.
○ 반대
“정부의 사립대 감독 도 넘어… 지나친 간섭으로 사학재정 압박”
정부의 대학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 더구나 국공립대가 아닌 사립대의 경영과 운영에 감독하려 드는 것은 사학 죽이기요, 월권 행위다. 수년간에 걸친 강압적인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들은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정부 지원금 때문에 등록금 동결 정책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 외부의 기부금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나마 몇몇 명성 있는 대학으로 몰릴 뿐 대부분 사학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입학금의 별도 회계도 무리한 요구다. 재원이 뻔한 상황에서 등록금으로는 부족한 재정을 일부라도 메워준 게 입학금이다. 입학금을 폐지한다면 등록금을 인상하는 수밖에 없다. 선거 공약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교육부가 파급효과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득달같이 입학금을 없애겠다고 나서는 것에서 교육 포퓰리즘을 보게 된다. 사립대까지 동시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국가 만능의 전체주의적 행정 행태다.
사립대는 등록금 수입에서 입학금 비중이 10%에 달한다. 등록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정부가 월권적 감독까지 하면서 입학금까지 폐지토록 하면 대학 운영이 가능하겠나. 재정 손실은 교육의 질 저하로 직결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그렇다고 정부가 부족분을 메워줄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 교육의 질 향상, 경쟁력 강화는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가경쟁으로만 몰고 가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나.
○ 생각하기
취업도 잘 되지 않는 시대, 대학교육 무용론까지 나오는 사회다. 한국 대학의 수준이 국제 비교에서 계속 밀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게 본다면 용처도 불분명한 입학금을 왜 받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만도 하다. 한국 대학이 다져온 신뢰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중요한 포인트는 모든 재화나 서비스의 교환에서 질 좋은 것을 찾자면 적절한 비용, 합당한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싸구려 비용으로 고급 상품과 서비스를 바랄 수 없다는 점은 교육에서도 진실이다. 사학의 자율성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정부가 간섭할수록 사학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금전적으로 계산도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저가 경쟁이 반드시 선은 아니다. 비용이 설사 더 들더라도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