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 증자도 마음대로 못해"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안정적인 성장가도에 오르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로는 은산분리(銀産分離) 완화가 꼽힌다. 은산분리란 현행 은행법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 주식을 최대 10%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이 중 4%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를 말한다. 쉽게 말해 본업이 금융업이 아닌 회사라면 은행 경영 참여에 많은 제한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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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찬성·반대 측 논거를 알아보자. 국내외 혁신적인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의 성공 사례를 모아 공유해보자.

“손님 몰리면 자본금 늘려야 하는데…”

은산분리는 대기업이 금융회사까지 지배하며 마치 ‘사금고’처럼 고객 돈을 가져다 쓰는 일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체 주도로 만들어진 인터넷은행에도 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경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K뱅크는 KT,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운영을 주도하지만 이들의 지분은 각각 8%, 10%뿐이다. 이들 IT 업체가 은행 덩치를 키우고 싶어도 이 조항에 막혀 ‘실탄(자본)’을 마음대로 추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두 인터넷은행은 자본금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대출 신청이 가파르게 늘자 일부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한도를 줄였다.

은행이 커지면 대출해줄 돈을 더 준비해야 하고 운영·관리비용도 불어난다. 이를 해결하려면 자본금을 늘리는 증자(增資)가 필요한데, 의결권 있는 지분이 4%뿐인 KT와 카카오는 유상증자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더구나 은행법은 은행이 유상증자할 때 모든 주주가 같은 비율로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나머지 주주도 모두 동의해줘야 한다.
[Cover Story]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 증자도 마음대로 못해"
은행 위한 안전장치인가, 장애물인가

이달 초 K뱅크가 1000억원, 카카오뱅크가 5000억원 증자를 결정해 급한 불은 껐다. 다만 앞으로 증자 때마다 은산분리 규정에 따라 주주 지분율을 맞추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두 인터넷은행의 고민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과 다른 금융시장을 개척하고 수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 육성해야 할 대상”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잘 키우려는 대주주에게는 자본 확충의 제한을 풀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해외 선진국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완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50%, 일본은 20%로 한국보다 높고 금융당국 승인을 받으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국회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율을 34~50%까지 허용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에만 예외를 허용하면 은행 전체에 대한 규제 완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 선진국인 미국도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과거 저축은행 파산 사태 등을 보면 금융회사가 오너의 사금고처럼 악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출혈 경쟁’ ‘보안 사고’ 우려도 불식시켜야

인터넷은행이 ‘파격 금리’를 내세워 초반 돌풍에는 성공했지만 은행의 생명인 ‘안정성’을 검증받으려면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미국에서는 한때 38개까지 늘었던 사업자 수가 2014년 24개로 줄었다. 무리한 금리 경쟁 탓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비스 경쟁이 금리나 수수료 위주로만 흐르면 은행권 전체에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얼굴을 보지 않고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기, 해킹 같은 금융사고 가능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조대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피싱, 스미싱, 파밍 등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인터넷은행 특성에 맞는 보안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거래가 금융의 대세로 자리잡을수록 신기술에 익숙지 않은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이 금융시장에서 소외되는 ‘핀테크 디바이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