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세계 50층 이상 고층건물 작년 128개 신축
세계에서 고층빌딩을 가장 많이 신축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위 그래프는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가 집계한 지난해 세계 200m 이상 고층빌딩의 국가별 신축 현황을 나타낸 것이다. 고층빌딩은 높이 200m 이상, 층고 50층 이상인 건물을 가리킨다. 세계 고층빌딩은 1990년 69개에서 2000년 144개, 2010년 612개로 급증했다. 2014년 97개, 2015년 106개가 신축돼 1000개를 돌파했고 지난해 128개가 완공돼 총 1166개에 이른다. 건축 중인 것만 330여 개에 달해 머지않아 15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만 84개가 완공돼 전체 신축 고층빌딩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7개), 한국(6개), 인도네시아(5개), 카타르·필리핀(4개) 등의 순이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시아와 중동에 집중돼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고층빌딩을 짓는 도시는 선전(11개)으로 미국 전체보다 많다. 충칭(6개)이나 광저우(6개)의 경우 한국 전체 숫자와 맞먹는다. 현재 중국의 고층빌딩은 500개를 넘어섰다. 물론 빌딩이 많다고 해서 다 채워지진 않았다. 빌딩에 비어 있는 공간을 파악하는 방법은 공실률을 따지면 된다. 중국의 빌딩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7.3%에서 4분기 10.5%로 높아졌다. 빌딩을 아무리 많이 짓는다 해도 입주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인 것이다.

롯데월드타워 세계 5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무엇일까? 현재 지어진 건물은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828m), 중국의 상하이타워(632m),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아브라즈알바이트타워(601m) 순이다. CTBUH는 300m 이상을 초고층(super tall), 600m 이상은 극초고층(mega tall)으로 부른다. 위에서 말한 세 개의 빌딩은 극초고층빌딩이다. 극초고층빌딩은 5년 안에 7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 지어질 건물 중에 사우디 제다에 건설 중인 킹덤타워와 중국 창사에 건설 중인 스카이시티는 부르주칼리파보다 높다. 특히 킹덤타워는 1007m(168층)에 달해 ‘㎞ 빌딩 시대’를 연다. 롯데월드타워는 555m, 123층에 달하는 초고층빌딩으로 현재 높이로는 5위에 랭크돼 있다.

고층빌딩의 시작은 미국 시카고에 지어진 매소닉빌딩이다. 1892년에 지어진 이 빌딩은 21층 높이였다. 이후 1930년대에 뉴욕에 지어진 300m(77층) 크라이슬러빌딩과 378m(102층)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지어지면서 300m 이상의 초고층빌딩 시대를 열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경우 102층 건물을 410일 만에 세워 초단기간 완성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은 1970년에 지어진 삼일빌딩(110m)이 고층빌딩의 시초였다. 이후 1985년에 63빌딩(249m)이 세워졌다.

도시 그리고 고층빌딩

왜 이렇게 높은 빌딩을 자꾸 건설할까? 인류는 고대부터 신을 갈망했다. 그렇기에 신이 거주하는 하늘에 가까워지려고 높은 산을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고 높은 건조물을 지어 왔다. 그 전형적인 예가 이집트에 있는 쿠프왕의 피라미드로 높이가 147m에 이른다. 교회 첨탑이 높은 것도 이런 갈망의 표출이기도 하다.

물론 빌딩을 높게 짓는다는 것은 신에 대한 갈망의 표출은 아니다. 도시라는 것이 분업과 협업이 동시에 일어나듯 빌딩의 수직 구조는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다. 작은 땅덩어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높은 빌딩이다. 고층빌딩은 짓고 싶다고 해서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층건물은 불가능하다.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공조 기술과 사람이 위아래로 재빨리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기술도 필수다. 고층빌딩은 도시화와 기술력, 즉 문명의 종합체다. 이렇게 높이 솟아 올라야 주변 자연도 보호된다. 도시에 모여 살아야 숲이 푸르고 에너지 소비도 효율화된다. 초고층빌딩은 반(反)환경적이 아니라 친(親)환경이라는 점을 깨닫기란 쉽지 않다.

체크포인트

각 나라가 경쟁적으로 높은 빌딩을 짓고 있다. 높은 빌딩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고층빌딩이 친환경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김형진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