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출범한 지 반 년 된 수서발 고속철(SR)과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 통합 작업에 들어갔다. 서울의 양대 지하철이 부채 4조3282억원과 연간 4000억원의 적자를 안은 채 23년 만에 통합해 경쟁 구도를 끝낸 것과 같은 흐름이다. 거대한 단일 공기업 체제의 철도·지하철에 우려가 나온다. 독점 공기업의 효율성 문제와 파업 등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는 것이다. 수년간 무수한 논의 끝에 어렵게 시작한 철도 경쟁 체제가 너무 성급하게 무위로 끝나버릴 상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SR과 코레일 통합은 바람직한가.
[시사이슈 어떻게 생각하나요] SR와 코레일을 통합하겠다는데 …
◆찬성

“철도는 경쟁보다 공공성이 우선 SR 요금 인하는 정부 압박 때문”

경쟁 체제를 명분으로 내세웠던 SR 분리 정책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SR이 출범하면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고, 그만큼 소비자가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SR이 독자적으로 산정한 게 아니라 정부가 압력을 가해서 나온 가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간다. 경쟁 효과를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산정한 요금이라면 진정한 경쟁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

SR이 요금을 10% 내리면서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도 고객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고, 일부 할인 요금으로 대응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것이 경쟁에 따른 효과라기보다는 민영화 논란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정책적으로 압박한 결과라면 의미가 없다. 장기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SR은 수서에서 평택까지만 전용 철로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코레일의 KTX와 같은 선로를 써 차별화된 기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서울 강북·강서 지역이나 경기 북부 주민들은 이용하기에도 불편하다. 전체 철도 노선을 두고 보면 SR이 알짜 노선만 운영한다는 점에서 두 고속철의 객관적 비교는 쉽지 않다. 코레일은 적자를 보전할 황금 노선 가운데 알짜 부분을 떼어낸 것이어서 불리한 경쟁을 하는 셈이다.

철도 같은 공공서비스 영역은 경쟁이나 경영 효율화 문제 못지 않게 공공성과 안전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설사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공공성 훼손을 기반으로 한 성과라면 바른 방향인지 되돌아보고, 과감히 되돌릴 필요가 있다.


◆반대

“서비스 개선 등 경쟁 효과 파업 시 불편에도 대비해야”

2016년 12월 SR이 별도의 독립회사로 출범하면서 나타난 고속철의 변화는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10% 싼 SR의 저렴한 요금은 이용객이 피부로 느낀 경쟁 효과였다. 반 년 사이에 연인원 1000만명이 SR을 이용한 배경이다. 코레일에서도 고객을 붙잡기 위해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고, 전에 없던 객실 서비스 경쟁도 벌어졌다. SR이 실내 휴대폰 충전기를 달고 승객석을 개선한 게 고객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런 변화는 이용객의 호평에서 잘 확인되고 있다.

코레일은 그동안 버려지다시피 한 광명역 개발계획도 내놨고, 광명역을 잇는 셔틀버스 운행으로 서울 남부권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거대 공기업이 경영 개선에 눈을 돌리면서 전체 공공 부문에 파급효과도 기대할 정도가 됐다. 이 모든 게 경쟁에 따른 이용자 편익 증대, 즉 전형적인 ‘경쟁 효과’였다. 민영화 이전 단계의 단순 경쟁 체제만으로 본 성과다. 하지만 두 회사가 통합하면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SR과 코레일 분리 경영은 철도파업 대비책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하철이나 철도 노조가 전면 파업이라도 벌일 경우 시민과 산업계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앞선 파업 사례가 잘 말해준다. 안 그래도 철도 부문에는 강력한 노조가 버티고 있다. 이런 판에 거대한 공룡 같은 단일 공기업이 될 경우 노사분규에 대한 대비책은 과연 무엇인가.

설사 통합 논의를 하더라도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5년 이상 오랜 논의와 진통 끝에 힘들게 도입한 경쟁 체제를 시행 반 년 만에 바로 뒤짚는다는 것은 위험하다. 일본 영국 등지의 철도 민영화 사례도 잘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 생각하기 "경쟁의 효과와 소비자 편익 신중하게 검토해야"

[시사이슈 어떻게 생각하나요] SR와 코레일을 통합하겠다는데 …
‘좌파·진보 국영화, 우파·보수 민영화’ 정책은 오래된 서구적 경향이다. 하지만 근래 각국 정부의 행태를 보면 이제는 정책에서도 이런 좌우 구별이 선명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와중에 국가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후생 증대가 제일의 관심사가 된 시대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더불어 급물살을 탄 통합 논리는 공공성과 안전을 내세우지만 독점 공기업이 이를 담보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게 약점이다. 경쟁의 효과가 과소 평가돼서도 안 되고, 단기적 관점의 성급한 결론도 위험하다. 철도는 국가의 교통·물류 인프라다. 이런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방향이 수립돼야 하지 않을까.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