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原油)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도 국내 기름값은 찔끔 내려가는 데 그친다는 소리가 나온다. “배럴(159L)당 100달러 하던 국제 원유 가격이 50달러대로 떨어졌으면 국내 기름값도 절반 정도 내려가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무엇보다 기름에는 많은 세금이 붙는다. 부과되는 세금 종류도 6개나 된다. 휘발유를 예로 들면 휘발유값이 L당 1원이든 1000원이든 현재 세법상 국내 소비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을 정액으로 내야 한다. 모두 더하면 746.89원이다. 수입 부과금과 관세, 부가가치세도 있다.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 가격이 L당 1500원이라고 하면 여기엔 세금 909원(전체 가격의 60%)이 포함돼 있다. 정유회사가 가져가는 돈보다 세금이 훨씬 많다. 정유회사들이 “영업이익은 L당 7~8원 수준이며, 영업이익률은 1% 미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휘발유, 경유, LPG(액화석유가스) 같은 에너지 가격 체계가 ‘상대가격제’로 돼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2005년 에너지 세제(稅制)를 바꾸면서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을 지금과 같은 100 대 85 대 50으로 고정시켰다. ‘휘발유가 100원이면 무조건 경유는 85원, LPG는 50원’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유류세와 상대가격제를 바꾸지 않는 한 ‘기름값은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은 사라지기 어렵다.

기름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 경유가 친환경 클린 에너지라는 주장이 그런 경우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지만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같은 유해가스를 훨씬 많이 내뿜는다. 더구나 이들 유해가스는 수증기 등과 2차 반응해 많은 미세먼지를 만든다. 경유를 ‘클린 디젤’이라고 부르는 것은 큰 잘못이다. 기름값과 경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4, 5면에서 더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