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채점평
진리영  생글논술대회  심사위원
진리영 생글논술대회 심사위원
대입 논술을 치르기 이전에 참가하는 논술공부와 경시 대회 참가는 ‘최후를 위한 연습’이다. 연습 과정에선 이런저런 과격한 시도와 모험을 해봐도 좋다. 적어도 논술의 범주 안에서 연습이 답습이 아닌 이유, 결코 답습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컨대 이번 경시대회에서 연습을 연습답게 해낸 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글쓰기 연습을 잘하도록 돕는 사람으로서 이 점은 유감이다. 실제 입시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겁이 나서 할 수가 없으므로 연습할 때 마음껏 해보아야 한다. 연습 때 사고의 충돌과 분투를 경험해 보면서 점진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뾰족한 사고의 마름질을 해나가고, 마침내 단 한 번의 입시에서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 마땅한 전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시대회의 타이틀이 붙어서 그런지 분량을 채우는 일에만 급급한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다. 글을 글답게 만드는 것은 우선 글 쓴 사람의 차별적인 생각이다. 다른 것쯤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연습할 때는 죽어라고 자신의 생각을 글에 드러내야 한다. 이런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니까 글이 지지부진하고 내용도 없으며 한두 개의 문장을 중심에 놓은 다음 그 자리에서 빙빙 돌게 된다.

입시 전에는 모조리 연습이다. 연습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면 입시에서는 훨씬 후퇴한다. 문장이 두서없어도 좋다. 차츰차츰 다듬어 가면 되는 다른 모든 요소들에 앞서 맨 먼저 할 일은 자신의 사고로 글을 써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