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법정 근로시간 확대·해고 규정 완화도 추진…친(親)시장 정책 강화하고 EU내 역할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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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친(親)시장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런 정책이 프랑스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공부해보자.


에마뉘엘 마크롱이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총선에서도 과반을 훨씬 넘는 압승을 거둠으로써 그의 향후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장관 시절에 법정 근로시간 확대, 일요일·야간 영업 허용등 과감한 개혁 조치를 추진한 바 있어 시장경제 친화적 정책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장관 지낸 젊은 지도자

[Cover Story] 법정 근로시간 확대·해고 규정 완화도 추진…친(親)시장 정책 강화하고 EU내 역할 커질듯
프랑스에서 나폴레옹 이후 가장 젊은 지도자로 꼽히는 마크롱 대통령(39세)은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경제장관을 지낸 엘리트 정치인이다. 파리 낭테르대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고위 공무원으로 가는 길로 꼽히는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재무부 금융조사관으로 일하다가 투자은행(IB) 로스차일드로 옮겨 민간금융을 경험하기도 했다. 2012년 사회당 소속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그를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나이는 젊지만 정치 경험이 나름 풍부한 정치인인 셈이다. 프랑스 대선과 총선에서의 ‘마크롱 돌풍’은 이런 그의 정치 이력이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개혁으로 ‘프랑스병’ 치유할까?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유럽 각국의 노동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저성장과 고실업을 ‘프랑스병’으로 지목하고 강력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다 경제장관 시절 주 35시간 근로제의 근간을 흔드는 경제개혁법(일명 마크롱법) 입법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선으로 당의 기반이 탄탄해져 그가 공언한 경제개혁이 속력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

주 35시간 근로제는 더 유연해질 가능성이 크다. 주 35시간 근로제는 2000년 사회당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도입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 부담만 커졌다. 결과적으로 프랑스의 일자리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만 갉아먹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주 35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임금·단체 협상 권한을 산별 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이관해 파업 등으로 인한 산업 피해를 줄인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임금·단체 협상 권한을 산별 노조가 쥐고 있어 각 기업별 입장과는 달리 노조 투쟁이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해고규정 역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마크롱 정부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1년 경영실적 등을 반영해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기업의 생산성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다.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015년 공공노조 파업요건을 강화(전 노조원의 50% 이상 투표 필요)했고, 독일은 2003년 해고보호 사업장을 5인 이상에서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완화했다. 이와 함께 시간제근무 일자리도 확대했다. 이탈리아 역시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 프랑스 영향력 강화될 듯

마크롱이 이끄는 프랑스는 유럽에서의 입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국내 정치를 바탕으로 강력한 EU(유럽연합) 통합에도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영국은 지난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유럽 내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탈퇴 선언으로 결속력이 약화된 EU의 재건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전 사회당 정부에서는 불안정한 국정 운영으로 프랑스가 EU 내에서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지난 수년간 EU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혼자서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데 프랑스에 국민 지지가 두터운 마크롱 정부가 들어서면서 EU가 독일과 프랑스라는 안정적인 두 축을 확보하게 됐다. EU의 재건은 유럽의 정치·경제 전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