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교토→파리' 기후협약 25년의 역사
선진·개도국 입장 엇갈려…협상 때마다 진통
■ NIE 포인트선진·개도국 입장 엇갈려…협상 때마다 진통
기후협약을 주도했던 미국 입장이 갑자기 바뀐 배경을 알아보자.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입장이 왜 엇갈리는지 생각해 보자.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국제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탄소배출량 2위인 미국의 갑작스런 이탈로 파리 협약은 지난해 11월 발효된 지 반년 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파리 협약에 불참한 나라는 시리아, 니카라과에 이어 미국이 세 번째다. 주요 국가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195개 나라가 모여 어렵사리 쌓은 ‘공든탑’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협약의 역사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협약의 이름은 몇 차례 바뀌었지만, 적용 대상국을 늘리고 구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첨예하게 얽힌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늘 순탄치 않았다.
최초의 기후협약은 1992년 ‘리우 협약’
1827년 온실효과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이후 과학자들은 화석연료 사용 증가에 따른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로 지구가 더워질 것이란 경고를 꾸준히 내놨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도 1979년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보고서를 펴냈다. 이후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1988년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가 발족했다. 지구 온난화의 측정과 분석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마련하는 초석이 다져진 셈이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9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기후회의’를 거쳐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정식 체결됐다. 지구촌의 기후변화 대응을 상징하는 교토 의정서와 파리 협약의 모태가 바로 이 협약이다. 서명이 이뤄진 곳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여서 일명 ‘리우 협약’이라 불린다. 다만 리우 협약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을 뿐 구속력이나 강제성은 없었다. 구속력 훨씬 강해진 ‘교토 의정서’
5년 뒤인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COP3)에서는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규약의 교토 의정서’가 채택됐다. 교토 의정서로 널리 알려진 이 합의는 리우 협약보다 구속력이 훨씬 강해진 게 특징이다. 선진국들이 2008~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최소 5.2% 감축할 것을 목표로 정했다. 2005년 2월 공식 발효된 교토 의정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표적 국제 규약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대표 주자인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빠졌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이탈하면서 교토 의정서는 사실상 ‘반쪽 규약’이 되고 말았다. 2012년 종료되는 교토 의정서를 대신할 새로운 협정이 필요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갈려 논의가 쉽지 않았다. 당사국들은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총회(COP17)에서 도쿄 의정서를 2020년까지 연장했다. 또 모든 국가를 아우르는 법적 구속력 있는 새로운 기후체제를 도입하자며 2015년까지 논의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 ‘파리 협약’… 美 탈퇴로 안갯속
2014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회의에서 169개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한다는 데 처음으로 합의했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견해 차가 컸지만, 진통 끝에 ‘공통적이지만 차별화된 책임’을 이행한다는 합의문을 도출해 냈다. 이듬해인 2015년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당사국 총회에서 최종 서명이 이뤄진 것이 지금 논란이 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195개 나라가 서명한 파리 협약은 교토 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 범지구적으로 적용될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목표 아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 파리 협약의 핵심으로, 법적 구속력도 부여했다. 잉크가 잘 말라가는 줄 알았던 파리 협약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탈퇴 선언으로 중대 기로에 섰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