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시하던 신화에 의문 가지고 자연을 세밀히 관찰해 존재 설명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1) 탈레스 “만물의 근원은 물”
최초의 철학자로서 탈레스의 사상을 탐색해보자. 이는 단지 과거에 존재하였던 한 철학자를 아는 데 그치지 않고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철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최초의 철학자일진데 그가 철학하는 일과 그 이후 2700여년 동안 철학자들이 하는 일의 성격은 비록 주제는 다를지라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항구도시 밀레토스의 토양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1) 탈레스 “만물의 근원은 물”
탈레스는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해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 밀레토스 출신이다. 밀레토스는 중계 무역을 하던 무역항으로서 지중해 여러 국가에서 상인들이 드나드는 가운데 이질적인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며 공존하는 지역이었다. 타 문화를 접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연히 개방적이고 합리적 사고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해상 무역과 같은 경제 활동을 통해 얻은 부는 지적 호기심을 펼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건들은 왜 밀레토스에서 철학이라는 학문이 성립할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지적 호기심의 추구가 철학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1) 탈레스 “만물의 근원은 물”
대부분 서양 철학사 책에서 탈레스는 최초의 철학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일화에 의하면 그는 일식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삼각형의 닮음의 비를 활용하여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높이를 측정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철학자로서 탈레스의 진면목은 다음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어느 날 탈레스가 별을 탐구하기 위해서 밤하늘을 보면서 걸어가다가 우물에 빠졌다. 그러자 동행하던 하녀가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기 위해서 정신이 팔려 발 아래 놓여 있는 것은 보지 못하는 탈레스를 비웃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플라톤은 이러한 점이 오히려 철학자로서 탈레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플라톤이 보기에 철학자란 비록 세상 물정에 어두울지 모르지만 보통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본질적인 주제에 대하여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물의 근원이 무엇일까?” 바로 이것이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가 탐구한 주제다. 사실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다고 해서 현실의 삶이 나아지거나 물질적인 풍요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식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앎 자체가 목적인 지적 호기심의 추구이다. 앎 자체를 목적으로 하여 탐구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본질이다.

탈레스는 어떻게 해서 모든 것이 물로 되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일까? 이제 물이라는 물질 자체를 세밀히 관찰하는 탈레스의 생각을 따라가 보자. 물이 끓으면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를 더욱 뜨겁게 하면 더운 바람이 되고 이것이 또 공기가 되고 이것이 어떻게 하여 영혼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존재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다

즉 다양한 사물 간에는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그것들 모두에는 어떤 근본적 유사점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며, 그것이 만물의 근원 물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소가 풀을 먹고 우유를 생산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풀과 우유는 서로 다른 사물이긴 하지만 둘 사이에는 어떤 불변의 공통적이고 근원적인 어떤 것이 바로 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는 그의 대답은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의 시야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록 그가 사물의 배후에 있는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신화에 의해 세계를 설명하는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그는 최초로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함으로써 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최초의 철학자로서 탈레스는 이전에 당연시되었던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처음부터 새롭게 존재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추구하였다. 바로 여기에서 철학이라는 방법의 존재 이유가 드러난다. 탈레스 이후 서양 철학자들은 예외 없이 이전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그것을 철저히 의심하고 ‘새로운 원리’를 찾아내려고 했으며, 이 점에서 볼 때 서양철학사는 최초의 철학자들의 열전이라 할 수 있겠다.

■ 필자 인사

저는 서울국제고에서 윤리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양철학 여행을 통해 여러분의 지적 지평이 넓고 깊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자, 긴 여행을 함께 떠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