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에너지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석유, 가스, 석탄 같은 에너지가 있어야 기계를 돌리고 산업을 일으키고 무역을 한다. 에너지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일은 국가의 핵심적인 사명이다. 에너지를 쓰는 나라가 있으면 생산하는 나라도 있다. 산유국은 에너지를 팔아 막대한 돈을 벌고 이 돈으로 나라살림을 꾸려 간다. 기본적으론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이들 나라는 재미를 본다.

최근 수년 사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혁명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셰일가스(혹은 셰일오일)다. 지하 2~4㎞ 셰일(shale) 암반층에 갇혀 있는 가스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셰일가스는 2011~2014년 세계 에너지 시장에 1차 혁명을 일으켰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셰일가스를 퍼올리면서 기존 석유와 가스시장을 무너뜨렸다. 에너지 효율은 비슷한데 가격이 기존 석유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생산원가 역시 석유의 절반도 안 됐다.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던 석유 가격이 5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20~30달러 선까지 내려갔다. 석유 가격을 쥐락펴락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은 비명을 질렀다. 배럴당 100달러는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었던 이들 국가는 석유로 지탱하던 경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 경제 불안이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러시아 등 여러 나라를 덮쳤다.

산유국들은 셰일가스를 죽이기 위해 더 낮은 가격으로 맞섰다. 셰일가스도 석유로 따지면 배럴당 50~60달러 밑으로는 생산하기 어려웠다. 한때 셰일가스 업체들이 가격공세에 밀려 문을 닫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셰일가스 생산원가가 다시 40달러대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2차 셰일혁명이라고 부른다. 기술혁신 덕분이었다. 국제 석유가격은 4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인류 문명의 진화가 끝이 없다. 셰일가스가 무엇인지, 셰일가스가 석유고갈론을 잠재웠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