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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무역수지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알아보자. 미국이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토론해보자.
[Cover Story] 미국은 무역적자 줄이려 환율조작 경고하지만…달러화가 기축통화인 한 불가피한 측면도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은 지난 14일 초비상이었다. 이날 미국 재무부는 의회에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이 보고서에 환율을 조작하는 나라의 이름을 적어낼 예정이었다. 환율조작국으로 의심을 받아온 이들 6개국의 온 신경이 여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어느 나라도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국은 “계속 지켜보겠다”는 의미에서 6개국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환율조작국 때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수출을 많이 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유권자들에게 공약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환율 때문이라는 시각이었다.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일부러 낮춰 미 달러에 대한 환율을 높게 유지해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많이 보는 수출국들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재무부를 통해 환율조작 의심국가 명단을 뽑기 시작했다. 여기에 6개국이 들어갔다. 미국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여부를 정할 때 세 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첫째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흑자 크기가 200억달러를 초과하고, 둘째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국내총생산의 3% 초과)를 올리고 있으며, 셋째 지속적으로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에 개입(달러 순매수액이 국내총생산의 2% 초과)하는 나라로 정했다.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 환율을 고의적으로 올려서(평가절하) 많은 흑자를 보는 나라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 번째 기준에 걸리지 않아 환율조작국을 면하고 환율관찰대상국이 됐다. 나머지 나라들도 한 가지, 혹은 두 가지에만 저촉돼 우리와 같이 화를 면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다면 한국은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 일명 BHC수정법안에 걸린다. 미국 상원의원 3명이 기존 ‘무역촉진법 2015’에 환율조작 부분을 넣어 발의한 데서 유래한다. 이 법에 걸린 나라는 미국 기업들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의 투자가 금지되면 일파만파의 파장이 일어난다. 해당국에 들어간 외국 자금은 빠져나간다. 자금시장, 주식시장은 즉각 ‘멘붕’ 상태에 빠질 것이다. 또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지 못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다양한 금융 압박에 노출된다. IMF에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진 미국이 압력을 가하면 해당 국가의 자본시장은 얼어붙는다. 수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수출은 급감할 것이다.

무역적자는 미국의 숙명?

미국의 환율조작국 카드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사실 미국의 무역적자액(2016년 7000억달러)은 미국 국내총생산 크기(약 18조달러)에 비해 적다. 더욱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달러를 번 나라들은 미국 자본시장으로 달러를 다시 투자한다.

미국 경제가 불안할수록 미국 자본시장으로 달러가 더 유입되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지만 어쩔 수 없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갖는 숙명이라는 지적도 있다. 달러화가 세계통화가 되려면 세계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려야 한다. 미국 무역수지가 흑자라면 세계에서 달러가 부족해진다. 사실 미국이 달러를 제한없이 찍는다는 게 엄청난 특권이다.

이런 미국이 상품을 많이 사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 이런 시각에서 달러를 대규모로 풀었던 미국의 양적완화가 다른 나라들의 환율개입보다 더 나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4조5000억달러를 뿌렸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