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한 나라와 다른 나라 화폐의 교환비율을 말한다. 나라마다 화폐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화폐 교환비율도 자연스럽게 변한다. ‘미국 1달러 = 한국 원화 1140원’은 달러와 원화의 교환비율을 나타낸다. ‘일본 100엔은 1049원’ ‘유럽연합(EU) 1유로는 1222원’ ‘중국 1위안은 169원’도 같은 표현이다. 1달러, 100엔, 1유로, 1위안짜리 화폐나 물건을 사려면 이만큼의 원화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환율은 지구촌 경제가 돌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화폐 교환비율에 따라 국제 무역의 흐름이 결정된다. 외국으로 공부하러 간 자녀에게 학비를 부쳐줘야 하는 부모들에게도 환율은 중요하다. 송금액을 자국 화폐 단위로 바꿔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당 원화 환율이 오르면 미국으로 달러를 송금하는 데 부담이 커진다. 남들과 어울려 살지 않고 문을 꽁꽁 잠근 채 사는 폐쇄국가라면 환율이 필요없겠지만, 세계를 상대로 수출·수입하는 개방국가에겐 환율은 북극성 같은 역할을 한다.

환율을 놓고 나라끼리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최근 미국은 중국, 일본, 독일, 한국 등 주요 무역 강국들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환율을 무역에 유리하도록 조작해 미국에 손해를 끼쳤다”는 시각이다. 미국은 자국에 수출하는 나라들을 환율조작국,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해 보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환율은 한 나라의 무역 수지와 통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나라에서 무역 수지를 개선하라는 압박이 강해지면 해당 정부는 자국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려(평가절하=환율 상승) 무역 흑자를 만들어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세계 주요 나라들이 한꺼번에 환율 개입(조작)에 나서면 바로 ‘글로벌 환율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한국은 환율조작국에서 빠져 다행이지만, 환율을 조작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하는 나라를 혼내주겠다는 미국의 눈초리는 매섭다. 환율이 무엇인지, 환율조작 논란의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