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드러난 한·미 FTA 괴담
한·미 FTA 5년…양국 모두 톡톡한 효과 거둬
NIE 포인트
세계 각국과의 FTA 확대로 우리 생활에서 달라진 것들을 토론해 보자.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론’에 대한 반박 논리를 정리해 보자.
지난 15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3월 제철’을 맞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주력 상품으로 내걸었다. 17~24개들이 한 상자에 붙은 가격표는 9900원. 과거 50%에 이르던 관세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해마다 인하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미국산 오렌지 수입가격은 5년 새 26.7% 내렸고, 총 수입액은 두 배 넘게 늘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대형마트들은 봄에는 체리, 여름엔 블루베리, 가을엔 바닷가재도 미국에서 대량으로 들여온다. 이들 역시 FTA를 계기로 ‘비싼 먹거리’에서 ‘국민 먹거리’로 변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한·미 FTA 5년…양국 모두 톡톡한 효과 거둬
NIE 포인트
세계 각국과의 FTA 확대로 우리 생활에서 달라진 것들을 토론해 보자.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론’에 대한 반박 논리를 정리해 보자.
한·미 FTA 5년, 양국 모두 ‘승자’였다
2012년 3월15일 발효된 한·미 FTA가 5주년을 맞았다. 격렬한 찬반 논쟁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발효된 한·미 FTA는 그동안 어떤 효과를 가져다줬을까. 오렌지나 바닷가재뿐만 아니라 4111개 품목의 관세가 인하되고 무역장벽이 낮아졌다. 그 결과 5년 새 한국과 미국 간 교역은 연평균 1.7% 늘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탓에 한국의 전체 교역이 연평균 3.5%, 세계 교역도 2% 줄어든 것과 정반대다.
이에 힘입어 한·미 모두 상대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이 올랐다.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011년 2.57%에서 지난해 3.19%, 한국 수입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은 8.5%에서 10.64%로 상승했다. 한국은 미국에 승용차, 자동차부품, 제트유·등유 등을 많이 수출했고 미국은 한국에 항공기부품, 승용차, 의약품을 많이 판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윈윈 효과’가 가장 컸던 품목으론 자동차가 꼽힌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과 수입은 연평균 각각 12.4%, 37.1% 늘었다.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 등 미국 차는 FTA 발효 이후 수입물량이 계속 늘어 지난해 6만대를 돌파했다. 2011년 11.1%에 그쳤던 한국시장 점유율이 20.1%로 뛰었다. 작년부터 한국 차에 부과되는 관세가 완전히 폐지돼 국내 업체의 수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상품무역, 미국은 서비스무역 우위
양국 경제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양쪽에 도움이 되는 ‘상호호혜 협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때 물대포까지 쏘며 반대하던 진보 진영조차 이런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왜 “한·미 FTA는 불공정하다”고 하는 것일까. 그는 대선 기간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비난했다. 트럼프가 한·미 FTA를 삐딱하게 보는 근거는 상품 수출입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무역수지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1년 116억달러에서 지난해 233억달러로 늘었다. 미국은 그만큼 적자를 봤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협정의 성패를 판단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미국 안에서도 빗발친다.
한국은 상품무역, 미국은 서비스무역에서 우위를 보였다. 미국의 대한국 서비스수지 흑자는 이 기간 109억달러에서 141억달러로 커졌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FTA와 무관한 비수혜 품목이 주도했다는 점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FTA를 맺지 않았다면 미국의 대한국 상품무역 적자가 440억달러(2015년)에 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미투자는 두배 늘며 美고용 기여
“FTA가 일자리를 죽인다”는 트럼프의 구호도 한·미 FTA에는 맞지 않는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11년 199억달러에서 2015년 401억달러로 203% 급증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투자는 이 기간 2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도·소매, 보험 등 서비스업종에 집중됐고 현지에서 상당한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신규 고용은 2011년 3만5000명에서 2015년 4만5000명으로 확대됐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의 ‘으름장’이 정치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가 진짜 재협상을 밀어붙일 수도 있어 바짝 긴장한 상태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미 FTA가 파기되면 양국 교역 규모가 30억달러 감소할 것”이라며 “이 협정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트럼프의 관심 분야에 기여해온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