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요 !
1만원짜리 제품 9900원에 팔면 단위당 이익 100원 감소하지만 소비자 체감가치는 100원 넘어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32) 가격과 비용
애덤 스미스가 1776년 쓴《국부론》은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price)에 의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뤄지는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제품과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가 가격에 시시각각 반영돼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점에서 가격의 정보 전달 및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조했다. 이처럼 가격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

마케팅에서도 가격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마케터 입장에서 가격은 제품 또는 브랜드의 포지셔닝 툴인 4P’s(제품, 가격, 유통, 광고홍보) 중 하나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은 구매 시 지급하는 비용(cost)에 해당하며, 소비자는 구매로 얻는 가치와 비용을 비교해 의사결정을 한다. 이때 회사가 가격을 높이면 단위당 이익률, 즉 수익성은 증가하지만 매출량이 감소하고, 가격을 낮추면 반대로 매출량은 증가하지만 수익성이 감소한다.

단기적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가격 변화에 따른 이익 변동분을 계산해 가격을 결정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맺어나가면서 기존 경쟁자 및 잠재적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고민하는 마케터는 가격 설정이 지닌 전략적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예컨대 진에어, 제주항공과 같은 중저가형 항공서비스 브랜드는 적당한 가격대에 괜찮은 품질을 제공해 이익률보다 매출 내지 점유율에 집중하는 포지셔닝을 추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안하고 안락한 서비스에 높은 가치를 느끼는 장거리 여행과 달리 단거리 여행 시는 약간 불편함이 있더라도 비용 절감을 선호할 때가 많다.

이에 따라 단거리 노선에서는 중저가형 포지셔닝을 가진 기업이 점차 많아지게 되고, 이들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일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된다. 결국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고가형 브랜드는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게 돼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이뤄진다. 이런 양상을 미리 예측한다면 처음부터 그에 맞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 및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가격 변화에 따른 매출 변화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price elasticity of demand)’으로 측정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평균적으로 대략 1.5라고 한다. 예컨대 가격을 10% 낮추면 매출량은 그 1.5배인 15%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탄력성의 정도는 개별제품 또는 국가·시장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가격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즉 가격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중요하다. 예컨대 1만원짜리 제품을 9900원에 팔게 되면 회사가 얻는 단위당 이익은 100원 감소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비용 절감 내지 가치 증가는 100원 이상이 돼 재무성과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9로 끝나는 가격(9-ending pricing) 정책’이라고 부른다. 보험사의 경우 1년치 자동차 보험료가 70만원이라고 하는 것보다 ‘하루에 2000원으로 당신의 자동차를 보호해 드립니다’라고 비용을 잘게 쪼개 말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느껴진다.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32) 가격과 비용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가격은 품질에 대한 신호효과(signaling effect)를 지닌다. ‘할증가격(premium pricing)’ 정책은 샤넬이나 롤렉스처럼 고가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며, 제품의 탁월한 품질 및 명성에 대한 신호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LG전자가 최근 1000만원이 넘는 시그니처 올레드 TV를 출시한 것은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비싼 가격은 제품의 희소성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자기 만족 내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는 욕구 충족에 효과적이다. 한편 약이나 화장품처럼 건강 또는 미용에 직결돼 소비자가 느끼는 리스크가 크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에게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반면 월마트는 ‘상시저가(everyday low price)’ 정책으로 성공한 사례다. 저소득층 고객을 대상으로 중국 등지에서 저가 제품을 대량 수입하고 효율적 유통망을 통해 배송비를 절감해 경쟁사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많은 제품을 팔 수 있었다.

이처럼 가격은 소비자 반응과 기업의 재무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전략변수이므로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제품 생산원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기보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 경쟁제품에 대비한 가격 경쟁력 등 시장의 관점에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한편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건전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위해서는 가격 왜곡을 막아야 한다.

신현상 교수 <한양대 경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