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변화는 재앙 아니다…경제 재편 '전화위복' 기회로"

NIE 포인트
노인 기준연령 상향의 장점과 단점을 토론해 보자.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자.
[Cover Story] 한·일, 노인기준 70세로 상향 모색…독일, 이민자 늘려 노동력 부족 극복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0년대) →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 → “한 자녀보다 둘, 둘보다는 셋이 더 행복합니다.”(2000년대)

인구 문제와 관련한 우리나라 공익광고는 불과 반세기 만에 방향이 180도 바뀌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한국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 2005년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법’ 제정 이후 10여년 동안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상태는 그대로이다. 통계청은 지금 추세라면 100년 뒤 한국 인구가 반 토막(2582만명)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종말론을 닮았던 맬서스의 인구론은 오류로 판명

인구는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는 중요 변수임은 분명하다. 생산과 소비, 교육과 국방, 연금과 부동산 등 영향을 받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막연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람 수가 모든 걸 결정하진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인구에 관한 ‘충격 예언’이 많았지만 들어맞은 적은 없었다. 유명한 고전인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1798)을 떠올려 보자.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질병, 기아, 전쟁 등으로 이어진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폴 에를리히의 《인구폭탄》(1968),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1972) 등도 인구 과잉으로 인한 파국을 예견했다. 에를리히는 “2000년 영국은 7000만명의 굶주린 사람이 사는 가난한 섬이 돼 나라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종말론 같은 색채를 띤 이런 인구결정론은 특유의 ‘자극적인 맛’으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세계 각국이 강력한, 때론 잔인하기까지 한 산아제한을 펴는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인류가 변화에 적응하고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며 번영을 이어가는 존재임을 외면했다. 인류는 여전히 건재하고, 인구가 늘어 망한 나라도 없다. 결국 오류로 판명난 것이다.

중국·태국·베트남 등도 똑같은 고민

경제학에서 생산능력은 ‘인구×생산성’, 소비능력은 ‘인구×소득’의 함수다. 생산인구 감소는 생산성 제고로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력 감소는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2010년 18%에서 2030년 6%, 2050년 -5%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도 2050년 이전에 감소 추세로 전환한다고 전망했다. ADB는 퇴직연령 상향, 이민 촉진, 출산율 제고 등을 해법으로 내놨다.

전문가들은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여성’과 ‘고령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1.8%로 남성(73.8%)에 크게 못 미친다(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0~80% 수준으로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뜻이 된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인 기준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는 주장도 한국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생산가능인구 기준으로 삼는 15~64세는 유엔 통계 기준을 가져다 쓴 것인데, 1964년부터 53년째 그대로다. 건강과 체력이 좋아진 요즘 60대를 ‘생산 불가능 인구’로 분류하는 건 낡은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문제 본질은 일자리와 생산성

해외에는 이민의 문을 활짝 열어 노동력 부족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일본과 더불어 대표적 초고령사회인 독일은 적극적인 인구확대 정책으로 견실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 인구는 2002년(8254만명) 이후 계속 줄다가 지난해 사상 최대(8280만명)로 반등했다. 독일은 2005년 이민법을 바꿔 ‘독일은 이민국가’임을 명시하고 다양한 직종의 경제 이민을 유치했다. 지난 2년간은 시리아 등 중동 난민을 100만명 이상 받아들였다.

물론 이런 정책들은 단점도 있다. 독일의 경우 젊은 노동력이 대거 유입돼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외국인 혐오증으로 대표되는 사회갈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여성 일자리를 늘리려면 육아·보육 체계의 ‘대수술’이 불가피하고, 노인 일자리 역시 청년실업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달라지는 인구구조에 맞춰 경제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일자리’와 ‘생산성’에 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