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포인트

대한민국 경제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불경기 때 구조조정과 개혁을 해야 한다.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치 경제 사회 개혁 과제가 무엇인지를 토론해보자
1931년 보험회사에서 일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책 한 권을 펴냈다.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이었다. 보험사고 통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는

법칙 하나를 만들어 이 책에 소개했다. “산업재해로 사상자가 1명 나오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의 경상자가 발생하더라.” 또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이 있더라.” ‘1:29:300’ 법칙이라고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은 이렇게 나왔다.

하인리히 법칙을 아세요?

하인리히 법칙이 시사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징조(徵兆)와 전조(前兆)가 반드시 있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의미다. 하인리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2017년 우리나라 경제가 안 좋아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경제 예측은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지만, 내년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나쁜 징조는 국제통화기금이라고 불리는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라는 OECD에서 날아왔다. IMF는 지난 1일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밑으로 낮췄다. OECD는 이에 앞서 11월28일 한국의 성장전망치를 3%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내년 성장률을 2.8%로 낮춘 상태다.

경제가 나아지려면 징조를 걷어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생산성을 보자.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 OECD 국가 중 고용인 9인 이하 기업의 노동생산성을 100이라고 할 경우 한국은 20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생산성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보다 한참 밑이다. 월급은 울산 노동자가 훨씬 더 받는다.



최악의 노동생산성…경쟁력 급락

노동시장도 나쁜 상태에 있다. 기업들이 경영 환경에 따라 고용 수준을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심각한 곳이 조선업계다. 이들 업계는 선박 수주를 못하는데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침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들이 기업경영 환경에 따라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도록 선진국처럼 길을 터줘야 한다. 대표적인 선진국인 싱가포르의 경우 직장인들은 한 기업에 오래 있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 저성과자는 자극을 받고, 높은 능력을 가진 사람은 더 우대받는 풍토가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우리 노동계와 정치인들이 필사적으로 노동개혁을 막고 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도 좋지 않은 수치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빚이 많은 집이 잘될 턱이 없다. 소비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힘든 체력이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가계빚은 빚을 더 늘린다. 이자를 낮추면 더 많이 빌려 쓰려고 해 빚을 불린다.

청년 고용 하락은 더 나쁜 징조다.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 이하) 고용률은 40%로 OECD 평균인 50%를 밑돌았다. 꼴찌에서 여섯 번째라는 게 IMF 보고다. 임시직 비율도 많다. 20%대로 OECD의 약 두 배 수준으로 높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중성 탓에 저임금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선 정규직이 대부분 다 가져가지 때문에 비정규직에 나눠줄 파이가 근본적으로 작은 구조다. 정규직은 강고한 노조의 힘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회사 측이 비정규직을 따로 챙겨줄 만한 임금 여력이 없는 상태다. 정규직이 밥그릇을 내려놓지 않는 한 비정규직 임금은 높아지기 힘들다.



수출 2년 연속 마이너스

무엇보다 무역(수출+수입)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수출과 수입은 한 나라 경제에 모두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둘 다 늘어나는 것이 좋다. 수출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등이 꾸준히 수입돼야 한다.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나타난 수출 흑자를 우리는 ‘불황형 흑자’라고 부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무역 규모는 901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2011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기록한 뒤 하락세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무역액은 1조달러 이하를 기록했다. 이런 패턴이라면 9000억달러가 깨질지도 모른다. 특히 수출 감소세가 걱정이다. 올해 수출은 497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2년 연속 마이너스다. 1958년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나쁜 징조다.

창업에 과한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할 정도로 ‘규제 공화국’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깨는 길은 단순하다. 기업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세금을 내려주고 자유를 주면 된다. 경제적 자유가 높은 나라일수록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잘산다는 것은 입증됐다.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이 한국의 경제 길목을 가로막고 시장을 빼앗고 있다는 사실을 빼고도 2017년 징조는 안 좋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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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불경기 때 구조조정과 개혁을 해야 한다.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치 경제 사회 개혁 과제가

무엇인지를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