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경영이 투명해지고 노사 갈등이 줄어들 것이다"
○ 반대 "기업 경영에서 대립과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다"
서울시가 산하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사항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18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제도가 도입될 산하기관은 근로자 30명 이상의 공사·공단·출연기관 등 15곳이다.

서울시는 근로자의 주인의식을 강화함으로써 투명한 경영, 시민 서비스 개선을 이루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우리나라 경제체계나 현실을 도외시한 제도로 심각한 부작용과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근로자이사제를 둘러싼 찬반양론을 알아본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근로이사제 필요할까요
○ 찬성

서울시는 지난달 10일 근로자이사제 도입 방침을 밝혔다. 조례에 대한 입법예고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10월께 도입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되면 무엇보다 근로자와 경영진의 소통을 통해 사회갈등 비용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2004년 3개월간 독일을 방문했을 때 폭스바겐자동차에서 노사공동결정제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됐다”며 “우리나라의 갈등 비용이 연간 246조원으로 서울시 예산의 거의 10배에 달하는데, 그 대부분이 노사분규 때문이다. 근로자이사제가 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가면 경영이 투명해지고, 책임감이 강해지며, 노동 현장에서의 소통구조가 확립되기 때문에 기업이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발표 직후 “일각에서는 경영권 침해 등의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시민이 주인인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서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실현하는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 제도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 공기업 노사는 물론 서울시의회 등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리원 정의당 부대변인은 “노동이사제가 바람직하게 운영된다면 노동자와 사측이 보다 평등한 관계로 협치의 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이를 통해 노사 갈등으로 인한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노동자의 권리 보장도 수월해질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반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우리 노사관계의 근간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며 “체제의 근본을 이해하고 접근하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근로자 측에서 경영에 관여하면 기업도 노동조합에 관여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이사제가 패턴으로 가면 경영자 측에서 부당노동행위 제도 폐지나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언론 기고를 통해 “근로자이사제도는 유럽의 경우 맞을 수 있지만 주식시장 자본주의인 영국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다. 법률에 근거도 없이 정관 변경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변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서울시 산하 대부분 기관에 강성노조가 그림자처럼 붙어있다”며 “근로자이사가 노조 입김에 휘둘리면서 지방공공기관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근로자이사는 경영 관련 업무 노하우나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회사의 미래 전략을 위한 투자보단 근로자 권익 쪽에 방점을 맞출 수밖에 없어 오히려 공공기관 생산성이나 효율성,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은 굉장히 많은 노사쟁의에서 보듯이 대립적 노사관계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경영이사회에 참여하게 되면 오히려 대립과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 생각하기

나라마다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다른 만큼 신중해야"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노사관계 제도만큼 역사적 배경이나 현 상황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도 드물다. 근로자이사제도 마찬가지다. 현 시점, 한국이라는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감안해서 제도 도입 필요성과 현실적인 정상 작동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근로자이사제는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제도다. 하지만 최근 유럽에서는 나라마다 채택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모든 기업에 적용하는 나라도 있고 공기업에만 두는 곳도 있다. 반면 아예 노동이사제를 택하지 않거나 제한된 방식으로 채택 중인 나라도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점차 폐지나 축소되는 경향이다. 대표국인 독일은 이사회가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나뉘고 감독이사회에서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독일에서는 노·사·정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주의가 그 사상적 기초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독일과 같은 노사관계 역사와 배경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 노사관계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극한적인 노사대립이 다반사가 됐고 대화보다는 투쟁과 반목으로 점철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이뤄냈다던 노·사·정 대타협만 봐도 그렇다. 당시에는 뭔가 대단한 타협을 이룬 것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아무런 알맹이도 없는 구두선에 불과했다.

어떤 제도가 좋은 의도를 갖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 성공했다고 현재 한국에서 바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근로자이사제도 이런 시각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