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경제학자들이 경제를 쉽게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문구다. ‘경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이라는 퀴즈가 있을 정도다. 현대경제 이론을 정립한 새뮤얼슨이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도 이를 즐겨 사용한다. A를 선택하면 B를 포기해야 하고, 복지비용을 늘리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왜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강조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 다수결 정치제도에서 사람들이 이를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투표에서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에게 공짜 점심을 약속하면 유권자는 거기에 솔깃해진다. 국민이 공짜에 눈이 멀어 나라가 수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자주 목격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의 스위스 국민은 ‘공짜 점심’을 거부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일 스위스는 전 국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할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했다. 18세 이상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어린이·청소년에게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의 기본소득을 그냥 나눠주자는 게 골자다. 이 투표는 의회의 발의가 아니라 2013년부터 조건 없는 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한 캠페인 단체 BIS(Basic Income Switzerland)가 13만명의 서명을 받아 성사됐다.

하지만 투표에 참가한 스위스 유권자의 76.9%는 이 안을 거부했다. 26개 주 모두 반대가 찬성을 크게 웃돌았다. 기본소득 도입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보다 국민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국가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다. 스위스 의회도 기본소득법이 시행되면 수억명의 이민자가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들어올 거라며 ‘이는 위험한 유토피아적 실험’이라고 비판했다.

스위스 국민투표는 핀란드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핀란드는 올해부터 성인 1만명을 무작위로 골라 한 달에 550유로(약 72만원)를 주고 있고, 네덜란드는 20개 도시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서울시 성남시 등 일부 지방단치단체가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을 지급해 인기영합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물론 사회 저소득층에 일정한 생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국민 또는 모든 청년에게 조건 없이 공짜 점심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스위스 국민투표를 보면서 새삼 떠올려보게 되는 명언이다. 4, 5면에서 스위스 국민이 기본소득법을 거부한 구체적 이유와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