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미세먼지 발생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 필요"
○ 반대 "갑자기 디젤 정책을 180도 바꾸는게 말이 되나"
정부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경유차를 지목하고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경유값 인상을 추진 중이다. 경유값이 휘발유값의 85% 정도 수준으로 저렴해 상대적으로 경유차 수요가 많다고 보고 이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경유차로 인한 매연과 미세먼지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면에서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그간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육성하던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않다. 정부의 경유값 인상 움직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경유값 인상해야 할까요
○ 찬성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경유 가격을 높여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유값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노후 경유차 배출가스를 줄이거나 도심 운행을 규제하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경유 관련 세금 인상에 반대한 기획재정부도 경유값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강광규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자동차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경유 가격 인상에는 상당한 저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 볼 때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어 “이를 줄이기 위해 누구나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경유값 인상 논란과 관련해 “최근 국내 차종에 대한 질소산화물 검사에서 실도로 인준치보다 실제 주행 시 상당 부분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경유차에 대해 운영을 제한하는 정책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004년 에너지 세제 개편 당시에는 서민용 화물차가 많은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고가로 팔리는 개인용 경유차 판매 속도가 빠르다”며 “자동차 판매 상황도 바뀐 만큼 에너지 세제도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반대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경유차를 국가적으로 친환경차로 분류했는데 갑작스럽게 바꾸면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가격도 경제적이고, 어떻게 보면 자동차값은 비싸지만 결국 경유값이 쌌고, 연비도 우수하고, 이런 면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경제적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자동차 업체들에 모델을 다양화하고 경유 기술도 재고해서 친환경적으로 유도한 게 정부 정책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유차,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보유한 소비자 중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 K씨는 “경유가 이산화탄소 발생도 적고 가격도 싼 청정연료인 것처럼 정부가 잔뜩 선전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공해의 주범인 것처럼 하루아침에 정책을 바꾸는 게 말이 되냐”며 격분했다.

또 다른 경유차 소유주는 ‘클린 디젤’이라는 정부의 말만 믿고 경유차를 샀으니 그 책임을 정부가 져야지 뒤늦게 경유차 소유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값을 올리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대(對)국민 사과나 해명을 하고 나서 올리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물차 트럭, 버스 등 생계형 운전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유값이 오를 경우 물류비가 전반적으로 높아져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신중론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 생각하기

"미세먼지 발생원에 대한 객관적 조사부터 선행돼야"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경유값 인상을 검토하기 전에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정확한 미세먼지 유발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경유차를 주범으로 지목하지만 경유차로 인한 미세먼지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부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사건과 미세먼지 급증이라는 현상만을 두고 무조건 디젤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설득력 있는 조사결과와 자료를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경유차 억제책을 세워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간의 디젤차 육성책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어디에서부터 그렇게 됐는지, 누구의 잘못이었는지도 밝혀내고 국민 앞에 사과한 뒤 디젤 억제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도 없이 친환경차인 것처럼 선전하던 디젤차를 어느 날 갑자기 공해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180도 바꾸며 디젤 가격마저 올린다면 저항이 큰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