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격정적 표정 연기
외국 텔레비전 리얼리티쇼 참가자의 연기(演技)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70)라는 미국 정치인이 연설 도중 지은 얼굴 표정이다. 사진이 말해주듯 그는 격정적이다. 말투가 거칠고, 논리가 투박하다. 인종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를 모두 물리쳤다. ‘미국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그의 구호에 백인 유권자들이 쏠렸다. 공화당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가 내건 공약(公約)이 공화당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부자증세론, 자유무역 반대론, 큰 정부론은 완전히 민주당 정책이다. 공화당 가치를 실현할 수 없는 그를 제45대 대통령 선거에 내보낼 수 없다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다. “국가 원수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는 사람이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2010년 3월 취임 연설에서 한 말이다. 국가 통치권자의 책무가 얼마나 엄중한지 무겁게 느껴진다. 국가 최고지도자에겐 막중한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주어진다. 사소한 언행, 정책 결정 하나하나가 국민 삶과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바로 그 나라의 국격(國格)이다.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에게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대선 후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의 남다른 언행도 주목받는 요인이다. 그는 이른바 ‘아웃사이더’다. 다양성, 성소수자, 이민자, 자유무역, 국제관계 등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 가치를 비판한다. 불법 체류자 전원 추방,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기존 동맹관계 재검토, 복지 확대는 그가 내건 대표적 공약이다. 하나같이 백인 서민층을 대변하는 민족주의적 성격이 짙다. 국제사회가 ‘트럼프 돌풍’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트럼프는 여성·이민족 비하 발언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같은 당 상대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부동산 재벌’로 불리는 트럼프는 정치 경력도 전무하다. 이런 그가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대다수는 ‘해프닝’쯤으로 여겼다. 경선 출마 선언 보름 만에 당내 지지율 1위에 오를 때만 해도 민주당의 베테랑 선거전략가 폴 밸거리는 “트럼프가 대선판에 뛰어든 것은 신(神)이 유머를 들고 민주당 편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를 깎아내렸다. 한데 설마했던 아웃사이더의 반란은 ‘돌풍’으로 변해 백악관 입성까지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트럼프 신드롬’의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성공한 기업인’ 이미지도 트럼프의 강점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그의 ‘민족주의’적 이념이다. 불법 체류자 추방, 이민자 엄격 제한, FTA 반대, 국제관계 재설정 이면에는 민족주의·불간섭주의 색채가 짙게 깔려 있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자임한 ‘세계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국가 이익부터 챙겨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가 지지를 얻는다는 것은 차기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미국의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 공화당 지도부 내에서조차 트럼프 지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제3후보 추대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정책노선이 그만큼 당의 이념과 충돌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오는 11월에 가려진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냐, 트럼프냐도 관심이지만 미국의 외교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에 지구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 5면에서 트럼프 돌풍의 이유, 트럼프가 주장하는 불간섭주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외국 텔레비전 리얼리티쇼 참가자의 연기(演技)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70)라는 미국 정치인이 연설 도중 지은 얼굴 표정이다. 사진이 말해주듯 그는 격정적이다. 말투가 거칠고, 논리가 투박하다. 인종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를 모두 물리쳤다. ‘미국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그의 구호에 백인 유권자들이 쏠렸다. 공화당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가 내건 공약(公約)이 공화당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부자증세론, 자유무역 반대론, 큰 정부론은 완전히 민주당 정책이다. 공화당 가치를 실현할 수 없는 그를 제45대 대통령 선거에 내보낼 수 없다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다. “국가 원수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는 사람이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2010년 3월 취임 연설에서 한 말이다. 국가 통치권자의 책무가 얼마나 엄중한지 무겁게 느껴진다. 국가 최고지도자에겐 막중한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주어진다. 사소한 언행, 정책 결정 하나하나가 국민 삶과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바로 그 나라의 국격(國格)이다.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에게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대선 후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의 남다른 언행도 주목받는 요인이다. 그는 이른바 ‘아웃사이더’다. 다양성, 성소수자, 이민자, 자유무역, 국제관계 등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 가치를 비판한다. 불법 체류자 전원 추방,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기존 동맹관계 재검토, 복지 확대는 그가 내건 대표적 공약이다. 하나같이 백인 서민층을 대변하는 민족주의적 성격이 짙다. 국제사회가 ‘트럼프 돌풍’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트럼프는 여성·이민족 비하 발언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같은 당 상대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부동산 재벌’로 불리는 트럼프는 정치 경력도 전무하다. 이런 그가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대다수는 ‘해프닝’쯤으로 여겼다. 경선 출마 선언 보름 만에 당내 지지율 1위에 오를 때만 해도 민주당의 베테랑 선거전략가 폴 밸거리는 “트럼프가 대선판에 뛰어든 것은 신(神)이 유머를 들고 민주당 편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를 깎아내렸다. 한데 설마했던 아웃사이더의 반란은 ‘돌풍’으로 변해 백악관 입성까지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트럼프 신드롬’의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성공한 기업인’ 이미지도 트럼프의 강점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그의 ‘민족주의’적 이념이다. 불법 체류자 추방, 이민자 엄격 제한, FTA 반대, 국제관계 재설정 이면에는 민족주의·불간섭주의 색채가 짙게 깔려 있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자임한 ‘세계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국가 이익부터 챙겨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가 지지를 얻는다는 것은 차기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미국의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 공화당 지도부 내에서조차 트럼프 지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제3후보 추대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정책노선이 그만큼 당의 이념과 충돌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오는 11월에 가려진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냐, 트럼프냐도 관심이지만 미국의 외교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에 지구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 5면에서 트럼프 돌풍의 이유, 트럼프가 주장하는 불간섭주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