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협회가 고발하고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내면서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의 중개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변호사가 가세해 가격이 낮아진다면 긍정적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변호사들이 공인중개사 고유 업무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일종의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 간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인중개업무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하나둘 생기고 있어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업 진출을 둘러싼 찬반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중개사의 수수료·전문성 부족 커버하는 법률 서비스일 뿐"

99만원에 부동산 법률 서비스를 내세웠다가 공인중개사협회에 의해 고발당한 트러스트부동산의 대표 공승배 변호사는 한 기고문을 통해 “그간 공인중개사들이 턱없이 비싼 중개 수수료를 받아왔고 법률 전문성도 부족했다”며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자신들의 업무가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고 하지만 옳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부동산 중개업은 중개업무와 법률사무로 구분되는데 공인중개사법은 보수를 받고 중개업무를 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트러스트 부동산은 중개 행위가 아닌 법률사무에 대해서만 보수를 받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러스트부동산’이라는 명칭 사용 역시 공인중개사법 위반이 되려면 공인중개사 사무소로 오인할 위험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들은 홈페이지와 언론 등을 통해 변호사가 진행하는 서비스라는 사실을 충분히 홍보했다는 것이다.

공 변호사는 공인중개사가 적법성 논란을 제기하기보다는 소비자 수요를 파악하고 자정에 나서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공인중개사들이 트러스트부동산과 경쟁하는 길은 트러스트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나은 품질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은 “변호사가 계약 체결 등과 같은 법률사무를 하는 것은 변호사의 당연한 임무에 포함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매매에 대한 법률 자문 과정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법률사무의 부수적이고 자연스러운 연장이라는 것이다.

○ 반대 "명백한 법 위반이며 변호사가 모든 업무를 다하겠다는 것"

반대하는 이들은 2006년 대법원 판결과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이유로 내세운다. 2006년 대법원은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업에 대해 불법이라고 결론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제출한 건의에 대한 회신에서 ‘변호사들이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하지 않고 트러스트를 설립해 중개행위를 할 경우 공인중개사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토부는 회사명에 ‘부동산’ 명칭을 쓰는 것도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하지 않으면 공인중개사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조원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홍보과장은 “트러스트는 무등록 중개행위를 하는 것인 만큼 업무정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상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만이 맡을 수 있으며 변호사는 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C씨는 “변호사가 모든 업무를 다할 수 있는 것처럼 부동산 중개업무까지 침탈하려 드는데 이는 불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상범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공인중개사 자격을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2006년 대법원 판결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 뉴욕주의 경우 공인중개사법에서는 변호사의 중개업을 허용하고 있지만 변호사 윤리규정에 의해 법률자문과 중개를 동시에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 생각하기 "변호사 공인중개사 협업하는 중개서비스 나와야"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부동산을 거래할 경우 중개비가 만만치 않게 많아지고 있다. 수천만원대 중개료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대 99만원을 내세운 서비스, 그것도 변호사의 서비스가 등장했으니 싸움이 날 만도 하다. 사실 ‘복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수없이 발품을 팔아야 하고 거래가 없을 때는 몇 달이고 거의 수입 없이 지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행 복비가 그렇게 높은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재 논점은 트러스트의 서비스를 부동산 중개로 볼 수 있느냐다. 트러스트 측은 “중개수수료를 받고 부동산 중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거래를 하는 계약의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공인중개사는 “실물인 부동산을 거래하는데 계약만 중개하니 문제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변호사의 중개업무 허용 여부는 결국은 법원이 가려야 할 부분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가 ‘부동산 중개’인지를 가리는 게 핵심이 될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변호사의 타업종 겸업 가능 여부는 늘 논란의 대상이다. 따라서 부동산 중개까지 확대시켜야 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다만 공인중개사의 전문성 부족과 법률문제 처리 미숙은 여전히 과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두 자격증 보유자들이 상호 협업하는, 새로운 부동산 중개 시스템이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도 든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