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같은 정치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정치 결사체다. 목적이 권력쟁취에 있으므로 정당간 경쟁은 필연적이다. 유권자를 향한 정당의 구애는 치열하지만 늘 헌법과 법 안에 머물러야 한다. 헌법에 동의한 정치공동체(polity)에 위반될 경우 과거 통합진보당처럼 해산된다.
대중이 만들어내는 괴물
정당은 해당 국가의 성숙도에 따라 정도(正道)를 가기도 하고 타락하기도 한다. 정권창출이라는 속성에서 타락은 어느 정도 잉태돼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위험성은 상존해왔다. 대통령 후보경선 정국에 돌입해 있는 정치 선진국 미국에서도 요즘 낯뜨거운 비방과 폭력이 난무한다. 정당은 유권자로부터 합법성과 정당성을 획득한다. 역사적으로 합법성과 정당성은 자주 악용됐다. 독일 나치당을 이끈 히틀러를 보자. 그의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일명 나치당)은 작은 정당에 불과했다. 나치당을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독일국민과 선거였다. 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독일경제는 피폐해졌고 독일국민들은 그들을 건져내줄 지도자로 히틀러를 택했다. 히틀러의 선전선동술은 독일국민을 집단광기로 몰아넣었다. 독일 유권자들은 표를 몰아줬고 히틀러는 괴물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은 북한, 소련, 쿠바 등 소위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의 독재자들에게도 합법성과 정당성의 옷을 입혀준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들은 이런 광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할 우려가 높다. 대중들의 학력과 지력(知力)이 모두 다르고 대중은 속성상 선전선동에 약한 면이 있다는 점을 정당들은 십분 활용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대중의 이런 면 때문에 민주주의에 반대했는 지 모른다. 유권자가 신중하고 사려깊게 행동하는 숙의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않으면 ‘히틀러 빠 현상’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정당은 정책으로 승부해야
정당들은 정책과 가치에 따라 나눠져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치 문화 사회 철학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선진국일수록 정당의 노선이 뚜렷이 구분된다. 예를 들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세부 정책에 큰 차이를 보인다. 공화당은 자유시장경제를, 민주당은 정부 개입주의 경제를 선호한다. 경제적 자유를 놓고 양당은 첨예하게 부딪힌다. 공화당은 따라서 작은 정부를, 민주당은 큰 정부를 주장한다. 공화당은 낙태를 반대하고, 민주당은 찬성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의 정책은 모호한 측면이 더 많다. 경제 부분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거의 같은 목소리를 낸다. 자유시장경제보다 정부개입을 모두 선호한다. 복지 역시 두 당이 비슷하다. 모두 늘리자는 쪽이다. 선거철 공약을 보면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치 후진국이라는 이야기다. 정당 운영도 비민주적이다. 특정 계파가 선거에 내놓을 정당 후보를 일방적으로 정하기 일쑤다. 유권자들은 매번 같은 후보 중 덜 나쁜 후보를 찍어야 한다. 참신한 정치신인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선택공천에서 탈락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아예 당을 옮기는 배신도 나타난다. 정치철학이 바뀐 때문이 아니다. 오로지 출마하기 위해서 당적을 바꾼다.
국회의원 연봉 절반 줄여야
국회입성에 목을 매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많아서다. 의원 연봉은 1억4000원에 달한다. 차량기름값 등 4000만원을 빼고도 억대 연봉이다. 이를 근로자 평균연봉의 2배(7000만원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의원의 목에 힘들 주게 하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도 폐지해야 정당 부패를 막을 수 있다. 면책특권은 부당한 탄압에 대해 정당한 의정활동을 보장해주기 위한 권한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를 악용해 개인 비리의 방패로 삼았다. 국회의원에게는 또 100여개 특권이 있다. 절반 이상은 폐지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비 보전도 없애야 한다. 개인이 의원이라는 직업을 얻는데 국민세금이 쓰여야 할 이유가 없다. 선거비 보전은 특권 중 특권이다.
유럽의 정치선진국에선 국회의원이 봉사직으로 돼있다. 반면 우리의 정당과 의원들은 자기이익을 챙기고 보호하느라 바쁘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과 국회의원이 민주주의에서 핵심기능을 한다.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후보들은 후보대로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 공공선택론…정부와 정치인 사익따라 행동
경제학 분야에 공공선택론이 있다. 매우 재미있는 영역이다. 공공선택론은 정치, 행정 현상을 분석하는 데 경제학적 방법론을 쓴다. 정부와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우리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정책을 결정할 때 불편부당하게, 공익에 따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공선택론은 우리의 이런 고정관념을 환상이라고 일깨운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 이익을 추구해 정책을 결정한다.’ 공공선택론이 나오기 이전, 정치와 정부에서 발생하는 비합리적 결정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공공선택론이 인정된 이후 공익을 대표한다는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도 결국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거나, 공무원 수를 늘리고 예산을 더 받으려는 사적 이익 동기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중도성향 투표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도 공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의 한 단면이다. 정치인들이 서로 선호하는 정책에 품앗이 형식으로 동의 서명을 해주는 투표거래(로그롤링)도 한 형태다. 말 없는 다수에게 유리한 법보다 큰 목소리로 정치적 영향을 행사하는 소수 이익집단에 유리한 법이 제정되는 것도 표를 의식하는 정부와 정치인들의 행동 탓이다. 정부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정부조직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것도 공무원들의 이익 추구 동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은 공공선택론을 정립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꼽힌다. 고교생 수준에선 에이먼 버틀러가 쓴 《공공선택론 입문》이 제격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대중이 만들어내는 괴물
정당은 해당 국가의 성숙도에 따라 정도(正道)를 가기도 하고 타락하기도 한다. 정권창출이라는 속성에서 타락은 어느 정도 잉태돼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위험성은 상존해왔다. 대통령 후보경선 정국에 돌입해 있는 정치 선진국 미국에서도 요즘 낯뜨거운 비방과 폭력이 난무한다. 정당은 유권자로부터 합법성과 정당성을 획득한다. 역사적으로 합법성과 정당성은 자주 악용됐다. 독일 나치당을 이끈 히틀러를 보자. 그의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일명 나치당)은 작은 정당에 불과했다. 나치당을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독일국민과 선거였다. 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독일경제는 피폐해졌고 독일국민들은 그들을 건져내줄 지도자로 히틀러를 택했다. 히틀러의 선전선동술은 독일국민을 집단광기로 몰아넣었다. 독일 유권자들은 표를 몰아줬고 히틀러는 괴물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은 북한, 소련, 쿠바 등 소위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의 독재자들에게도 합법성과 정당성의 옷을 입혀준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들은 이런 광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할 우려가 높다. 대중들의 학력과 지력(知力)이 모두 다르고 대중은 속성상 선전선동에 약한 면이 있다는 점을 정당들은 십분 활용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대중의 이런 면 때문에 민주주의에 반대했는 지 모른다. 유권자가 신중하고 사려깊게 행동하는 숙의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않으면 ‘히틀러 빠 현상’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정당은 정책으로 승부해야
정당들은 정책과 가치에 따라 나눠져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치 문화 사회 철학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선진국일수록 정당의 노선이 뚜렷이 구분된다. 예를 들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세부 정책에 큰 차이를 보인다. 공화당은 자유시장경제를, 민주당은 정부 개입주의 경제를 선호한다. 경제적 자유를 놓고 양당은 첨예하게 부딪힌다. 공화당은 따라서 작은 정부를, 민주당은 큰 정부를 주장한다. 공화당은 낙태를 반대하고, 민주당은 찬성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의 정책은 모호한 측면이 더 많다. 경제 부분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거의 같은 목소리를 낸다. 자유시장경제보다 정부개입을 모두 선호한다. 복지 역시 두 당이 비슷하다. 모두 늘리자는 쪽이다. 선거철 공약을 보면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치 후진국이라는 이야기다. 정당 운영도 비민주적이다. 특정 계파가 선거에 내놓을 정당 후보를 일방적으로 정하기 일쑤다. 유권자들은 매번 같은 후보 중 덜 나쁜 후보를 찍어야 한다. 참신한 정치신인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선택공천에서 탈락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아예 당을 옮기는 배신도 나타난다. 정치철학이 바뀐 때문이 아니다. 오로지 출마하기 위해서 당적을 바꾼다.
국회의원 연봉 절반 줄여야
국회입성에 목을 매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많아서다. 의원 연봉은 1억4000원에 달한다. 차량기름값 등 4000만원을 빼고도 억대 연봉이다. 이를 근로자 평균연봉의 2배(7000만원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의원의 목에 힘들 주게 하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도 폐지해야 정당 부패를 막을 수 있다. 면책특권은 부당한 탄압에 대해 정당한 의정활동을 보장해주기 위한 권한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를 악용해 개인 비리의 방패로 삼았다. 국회의원에게는 또 100여개 특권이 있다. 절반 이상은 폐지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비 보전도 없애야 한다. 개인이 의원이라는 직업을 얻는데 국민세금이 쓰여야 할 이유가 없다. 선거비 보전은 특권 중 특권이다.
유럽의 정치선진국에선 국회의원이 봉사직으로 돼있다. 반면 우리의 정당과 의원들은 자기이익을 챙기고 보호하느라 바쁘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과 국회의원이 민주주의에서 핵심기능을 한다.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후보들은 후보대로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 공공선택론…정부와 정치인 사익따라 행동
경제학 분야에 공공선택론이 있다. 매우 재미있는 영역이다. 공공선택론은 정치, 행정 현상을 분석하는 데 경제학적 방법론을 쓴다. 정부와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우리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정책을 결정할 때 불편부당하게, 공익에 따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공선택론은 우리의 이런 고정관념을 환상이라고 일깨운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 이익을 추구해 정책을 결정한다.’ 공공선택론이 나오기 이전, 정치와 정부에서 발생하는 비합리적 결정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공공선택론이 인정된 이후 공익을 대표한다는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도 결국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거나, 공무원 수를 늘리고 예산을 더 받으려는 사적 이익 동기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중도성향 투표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도 공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의 한 단면이다. 정치인들이 서로 선호하는 정책에 품앗이 형식으로 동의 서명을 해주는 투표거래(로그롤링)도 한 형태다. 말 없는 다수에게 유리한 법보다 큰 목소리로 정치적 영향을 행사하는 소수 이익집단에 유리한 법이 제정되는 것도 표를 의식하는 정부와 정치인들의 행동 탓이다. 정부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정부조직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것도 공무원들의 이익 추구 동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은 공공선택론을 정립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꼽힌다. 고교생 수준에선 에이먼 버틀러가 쓴 《공공선택론 입문》이 제격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