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후반 세계인구가 100억 명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있다. 1000만 명이었을 때로부터 1만 년 정도가 지난 뒤 목격하는 호모 사피엔스 종(種)의 번창이다. 우리는 인구 증가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인류가 오랜 기간 ‘멜서스 함정’에 빠졌던 아픈 기억이 유전자에 새겨져 전해진 탓인지 모른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류는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힘든 절대빈곤이라는 함정 속에 있었다. 먹을 것도 없는데 토끼처럼 새끼를 낳아서 무엇하는가라는 비관은 습관화됐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1766~1834)는 대표적인 비관론자였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는 빈곤을 피할 수 없다.” 그가 쓴 인구론의 결론은 종말적이었다.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소득증가로 영국인구가 전례없이 급증했으니당대의 지성 멜서스가 얼마나 걱정했겠는가.

멜서스의 비관은 다행히도 빗나갔다. 우리가 지난 200년 간 목격한 것은 전례없는 번영이다. 멜서스의 주장대로라면 지구인구가 70억 명인 지금 인류는 종말을 맞고 있어야 한다. 상황은 정반대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각자 다른 점을 고려하더라도, 절대 다수의 삶은 과거 어느 시대의 조상보다 훨씬 나아졌다. 식사와 주거, 여가와 질병예방, 기대수명은 가장 높은 단계에 와 있다. 정치적 폭력이 개인과 경제를 질식시키는 곳이 아니라면, 대다수는 ‘멜서스 함정’에서 탈출했다.

빈곤이 아니라 불평등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인류가 번영을 이루게 한 핵심 자원은 바로 인간 그 자체다. 인간은 자손만 퍼뜨리는 토끼가 아니다는 점을 멜서스는 간과했다. 인간은 물건과 지식을 교환하고 거래했다. 전문화와 분업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먼 곳에 있던 아이디어들은 짝짓기를 했고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바로 집단지능의 창조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보유한 지식과 노하우를 합친 것이 집단지능이다. 근대화는 많아진 인구 속에서 가속화됐다. 인류가 인구 1000만 명일 때보다 70억 명임에도 더 잘 살게 된 이유가 바로 인간이 이룩한 혁신에 있었다. 인간이 근본자원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은 근본자원을 키워내기 위해 매년 인재포럼을 개최해 왔다. 인류문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100억 명도 거뜬히 먹여살릴 수 있는 도전과 응전의 혁신정신이다. 많은 인구에서 더 많은 인재가 나오는 법이다. 인구는 재앙이 아니라 기회다. 인재포럼에 참가한 고척동 전 싱가포르 총리 등 정치지도자와 세계 석학들이 인재의 다양성, 교육투자, 창의를 강조한 이유다. 지난 3~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15년 한경 인재포럼’의 주요 내용을 4, 5면에서 만나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