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가뭄…'4대강 물 나눠쓰자'는 절규
자원이란 무엇인가? 자연에 있는 모든 것은 자원일까? 답은 “아니다”다. 예를 들어 원자력은 자연에 있었지만 처음부터 에너지를 가진 자원이 아니었다. 원자력이 자원이 된 것은 인류가 지력을 통해 원자력이 가진 서비스를 알아챈 뒤부터다. ‘핵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니스트 러더퍼드와 알버트 아인쉬타인 등의 지력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원자력은 ‘자연에 있는 어떤 것’에 불과했다. 물론 나중에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고 말았을 테지만.

비는 가둬야 쓴다

[Cover Story] 자연은 절대로 건드려선 안되는 존재 아니다…인간 지력을 더하면 더 잘 관리·보존된다
물도 예외는 아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자원이 아니다. 그냥 비다. 물이다. 이것이 자원이 되려면 독에 채워지든, 솥에 부어지든, 세면기까지 와서야 비로소 자원이 된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4면 기사 내용 참조) 늘 수자원 부족을 겪는 이유다. 댐이 있고, 보(洑)가 있는 곳에서만 비는 수자원이 된다. 홍수로 흘려보낸 뒤 가뭄으로 샘을 파봐야 역부족이다. 구리는 어떤가. 광케이블이 나온 이후 전화선에 관한한 구리는 자원이 아니다. 물론 다른 곳에선 구리가 자원이 된다. 전화선 분야에선 광케이블에게 자원지위를 빼앗긴 지 오래다. 지금 전화 사업자는 가격과 효율 측면에서 구리가 주는 서비스를 거부하고 있다. 요즘 말로 “구리야 됐거든~”이다.

가스는 어떨까? 최근 셰일가스라는 것이 발견됐다. 3000m 깊은 곳에 있는 셰일층에서 추출해내는 가스다. 이것 때문에 석유가격이 툭툭 떨어졌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캐내 석유 대체재로 쓰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석유의 추락이다. 셰일가스 역시 2008년 이전에는 자원이 아니었다. 그것을 캐낼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원과 개발 이야기를 하면 환경론자들은 손사래를 친다. 자연은 건드리면 안되는 존재가 된다. 심지어 신성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구는 하나 뿐이므로 지키고 가꿔야 한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개발행위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사람이 문제이고 개발이 문제라면 선진국의 지금 모습은 정반대여야 한다. 숨도 못쉬고, 숲이 사라지고, 공기는 썩고, 물은 오염돼 있어야 한다. 캐나다의 환경단체 ‘푸른행성그룹’이 지적했던 대로여야 한다. “환경, 경제, 사회 문제의 대부분을 발생시키는 구동력은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은 자원을, 너무 빠른 속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1991년에 발표한 이 성명은 지금 전혀 유효하지 않다.

1991년부터 자원을 계속 써왔지만 자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바로 인류의 지력과 과학 덕분이다. 탐사기술의 발전으로 석유는 더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계속 발견되는 석탄의 소비는 거꾸로 줄어 땅 속에 묻힌 채로 가득하다. 더 좋은 에너지가 개발된다면 석탄은 영원히 지구에 묻힌 채 자원 취급을 못받을지도 모른다. 19세기 말과 20세기초 ‘석탄 고갈은 곧 나타날 것이며 석탄을 에너지로 쓰는 산업이 죽고 우리도 얼어죽을 것’이라는 예언은 거짓으로 판명났다.

환경에 대한 생각 바꾸기

인류의 문명이 지금보다 더욱 발전해 석유마저 쓰지 않는 시대가 올까? 그렇다면 석유 고갈론도 석탄고갈론의 길을 밟을 터다. 과학자들은 인구가 많은 것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본다. 인구가 많아야 천재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한다. 괴변처럼 들리지만 사실이다. 1억명일 때보다 70억명일 때 가능성은 높아진다. 만일 어떤 천재가 태양 에너지를 온전히 에너지로 만드는 기술을 찾았다고 해보자. 가격면에서나 효율면에서 석유나 가스보다 경제적이 된다면, 석유와 가스는 더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죽은 자원이 된다. 핵융합이나 풍력, 태양력이 그런 미래 에너지들이다. 원자력의 획기적인 발전도 ‘미래기술 리스트’에 올라 있다.

환경론자들은 환경의 중요성과 자원을 아껴쓰자는 의미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연숭배는 곤란하다. 환경론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때도 적지 않다. 인류는 점차 나무를 베어 쓰지 않는다. 조림해서 쓴다. 바로 조림산업이다. 조림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펄프산업도 더이상 반환경적이지 않다. 경제가 성장하면 환경에 대한 압력도 높아진다. 서울의 공기가 맑아지고, 강도 깨끗하게 관리된다. 우리나라의 산은 세계에서 가장 푸른 편에 속한다. 개발에 환경에 악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환경은 최악이어야 한다. 하지만 개발이 덜된 인도, 북한, 아프리카의 강과 산이 더 오염됐다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할까.

줄이안 사이먼은 그의 책 ‘근본자원’에서 말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 역시 사람이다. 우리의 진보를 가속시킬 수 있는 기본 연료는 우리의 지식축적량이며, 진보에 제동을 거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 결핍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