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

김일성의 토지 '국유화'를 무상분배로 미화해 칭찬

한국을 식민지로 보는 민중·계급사관이 지배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 남북 공동 책임으로 흐려
[Cover Story] 대한민국 건국 부정…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왜곡…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는 어떻게 쓰여 있을까. 무엇이, 어떻게 기술돼 있길래 국정교과서로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일까. 학생들은 가르치는 대로 배우기 때문에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을 쉽게 알기 어렵다. 좌편향이 왜 나쁠까? 그것은 성공한 역사인 대한민국을 실패한 역사로 보고, 실패한 역사인 북한의 민중·계급사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 짚어보자.

① 대한민국 건국 표기 없다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국가는 국민, 영토, 주권을 기본요건으로 한다. 대한민국은 독립운동-일본 패망-광복-총선-제헌국회 구성-헌법 제정-정부 수립-건국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배우는 거의 대부분 역사교과서는 건국이란 표현 대신 정부 수립으로 격하시켰다. 이들 교과서는 북한에 대해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친절하게 써준다. 금성출판사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립을 선포하였다’고 썼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건국은 없고 북한공화국만 남았다. 미래엔, 두산동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부 수립이고 북한 공화국 수립이다. 이는 전형적인 북한식 민중사관과 계급사관에 따른 것으로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교학사 교과서만 제대로 표기했다.

②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왜곡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많은 나라가 독립했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유엔총회는 1948년 12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대한민국을 인정했다. 하지만 미래엔, 두산동아, 천재교육은 “유엔총회는 대한민국 정부를 선거가 가능하였던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였다”고 왜곡했다가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받았다. 남한이 아니라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것을 왜곡한 표현이다. 다른 두 교과서도 유엔의 발표를 의도적으로 바꿨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상교육과 금성출판사는 남북한에 진주한 미군과 소련 사령관의 포고문을 교묘하게 대비시켜 ‘소련군=해방군, 미군=점령군’이란 인상을 줬다. 교육부의 수정 지시가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두산동아 교과서는 북한은 남한 사람까지 포함시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뽑은 것처럼 기술했다. 남한 사람들을 비밀리에 투표에 참여시켜 김일성을 수상으로 뽑았다는 기술도 있다. 하지만 완전 조작이다. 비밀투표는 없었으며 북한의 투표는 ‘흑백 투표함’에 표를 넣는 완전 독재방식으로 진행됐다.

③ 토지 무상분배는 허구

[Cover Story] 대한민국 건국 부정…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왜곡…
좌편향 교과서들이 가장 왜곡한 것 중 하나가 ‘북한의 토지 무상몰수, 무상분배’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 실시한 ‘유상몰수, 유상분배’를 폄하하기 위한 전형적인 기술이다. 북한의 무상몰수, 무상분배는 허구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상분배는 없었다. 1946년 3월 개인 소유의 토지를 모두 무상몰수한 뒤 소유권이 아닌 경작권만 주고 곡물 수확량의 25%를 현물세로 거뒀다. 무상분배도 아니었다. 1954년 이후 이것마저도 협동농장화하면서 국유화됐다. 농민들이 다시 국가의 소작농으로 전락한 것이다. 토지개혁 법령 5조에 밝혔던 ‘무상 분배한 땅을 영원히 농민의 소유로 한다’는 김일성의 약속은 10년 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미래엔, 천재교육, 두산동아, 금성교과서 등은 이런 사실을 빼고 무상몰수, 무상분배만 미화했다. 1990년대 대기근의 원인이 잉태됐던 것이다.

반면 이들 교과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에 대해선 폄하 일색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토지를 ‘유상몰수, 유상분배’했다. 지주와 소작의 착취구조로는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 수 없다고 보고 불평등의 근본적 처방책인 농지개혁을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소유권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에 따라 농지를 무상으로 몰수하지 않았다. 유상으로 몰수하되 소작농들이 싸게 분배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연평균 생산량의 30%를 5년에 걸쳐 상환한다는 조건으로 농민들에게 팔았다. 대신 지주들이 국가경제 사업에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했다. 윈-윈이 됐으며 이후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농업 근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특히 농지개혁이 6·25전쟁 발발 직전에 시작돼 전쟁기간 중 농민의 북한 호응을 막는 역할을 했다. 이승만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유영익 연세대 명예교수는 “농지개혁 없이 전쟁을 맞았다면 북한의 ‘무상몰수, 무상분배’ 선전에 농민들이 모두 넘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편향 교과서는 실패한 북한의 농지개혁을 치켜세운다.

④ 북한이 친일청산했다고?

좌편향 교과서 탓에 잘못 알려진 것 중 하나가 북한은 친일파 청산을 잘했는데, 남한은 안 했다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은 이런 왜곡을 강하게 풍긴다. 북한에선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가 일본군 헌병 출신이며, 장헌근 사법부장(일제 중추원 참의), 강양육 인민위원회 위원장(도의원), 조일명 문화선전부 부상(대화숙 출신), 정국은 문화선전상 부부상(일제 밀정), 김정제 민족보위상 부상(일본 관료) 등 수두룩 했지만 이들 책은 북한이 친일 청산을 더 잘 했다고 강변했다. 북한은 공산당에 비협조적인 반공 인물만 숙청했다.

반면 이승만은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했다. 당시 문맹률이 78%에 달했던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하려면 글을 아는 사람을 써야 했다. 하지만 이승만은 장관과 같은 주요 요직은 독립운동가로 채웠다. 친일파가 아닌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친일 청산에 관한 한 사실에 맞지 않은 기술이 좌편향 교과서에 많다.

⑤ 이승만과 박정희 죽이기

좌편향 교과서들은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산업화 대통령 박정희를 북한 김일성보다 더 나쁘게 그린다. 금성교과서는 1987년 이전의 모든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의 독재체제에 대해서는 전혀 비판을 안했다. 남한에 대해서는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 40년 독재 등 13번이나 독재라는 표현을 썼지만, 김일성-김정일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한 번도 독재라는 포현을 쓰지 않았다.

미래엔 교과서를 보자. ‘남한에서는 유신체제가 성립될 무렵,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헌법이 제정되어 독재체제가 강화되었다. 새 헌법에 따라 국가주석제가 신설되고 주체사상이 통치이념으로 공식화되었다’라고 표현, 김일성이 박정희보다 더 합헌적으로 묘사됐다. 비상교육의 경우 이승만이 단독정부를 지향해 통일정부를 좌절시켰다고 폄하했고, 박정희 대통령도 군복 입은 사진 하나만 게재해 나쁜 인상을 줬고, 천재교육은 군복 입은 박정희 대통령의 얼굴에 동그라미를 그려 수배자처럼 보이게 처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아프리카 최빈국 수준의 경제를 일으켜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틀을 다졌지만 좌편향 교과서들은 독재자, 군사쿠데타 주역으로만 표현했다.

⑥ 6·25전쟁은 북한과 소련의 합작품

[Cover Story] 대한민국 건국 부정…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왜곡…
6·25전쟁은 소련의 비밀문건이 공개되면서 소련 스탈린과 북한 김일성이 철저하게 준비한 남침임이 명백하게 밝혀져 있다. 하지만 좌편향 교과서들은 은연중에 공동의 책임이라거나, 단순히 내전의 연장선이라는 수정주의적 의식에 기초해 서술했다. 금성교과서는 6·25전쟁이 유엔군 참전으로 국제전으로 확대된 것처럼 서술해 마치 유엔군 참전이 잘못된 것처럼 했다. 김일성 주도로 소련과 중국이 협력한 전쟁이라는 사실을 희석화하고 전쟁의 책임을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두산동아 교과서 역시 6·25전쟁 직전 38선을 경계로 잦은 충돌이 일어났다는 점을 강조해 전쟁의 원인이 우리에게도 있는 듯 썼다. 이는 학술적으로 이미 폐기된 수정주의적 서술의 전형이다. 특히 이 교과서는 북한이 ‘김일성의 역사적인 항일무장 전투’라고 과대선전하는 보천보 전투를 두드러지게 서술해 교육부로부터 삭제 권고를 받았다.

⑦ 남한은 암울하게 편집

우리의 현대사에 대해서는 암울하게, 북한에 대해서는 평화로운 권력세습과 주민생활이 이뤄지는 것처럼 편집하는 공통점이 있다. 천재교육은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곤봉을 들고 있는 공수부대 병사와 최루탄에 쓰러진 이한열의 사진이 편집돼 있다. 문제는 북한과 관련한 사진은 김정일이 환하게 웃으며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사진에 ‘북한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한 김정일’이라는 설명이 있을 뿐이다.

북한은 가장 악랄한 인권유린 국가지만 정치범 수용소나 탈북자 강제송환, 1990년대 대기근과 관련한 사진을 싣지 않았다. 금성출판사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보다 장밋빛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가장 좌편향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교과서는 북한의 핵에 대해 별다른 설명 없이 장거리 로켓 발사 사진을 실어 자랑거리인 듯했다.

산업화의 주역인 경제인에 대한 홀대도 두드러진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에 대해 긍정적 기술이 대부분이지만 정주영에 대해서는 직함도 생략한 채 ‘정주영은 소 500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북한땅을 밟았다’고 해 기업가인지 알 수 없게 했다. 이병철(삼성), 구인회(LG) 등 창업주는 아예 등장도 안한다. 노동운동가는 후대하고, 기업가는 홀대하는 서술방식이 많다.

⑧ 사실·헌법·공정 원칙 어겨

교과서는 국정화든 검인정이든 사실·헌법가치·공정성이라는 불문율을 준수해야 한다. 특정 노선을 지향하는 역사학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교과서를 쓰고, 해당 교과서를 특정 세력이 개입해 학교가 도입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작년 교학사 교과서를 도입하려던 학교가 이런 세력의 방해와 선동으로 검인정 본래의 취지인 ‘선택’을 원천봉쇄했다. 좌편향 교과서가 전체 학교의 99.99%에 깔리는 결과가 나타난 이유다.

좌편향 교과서는 민중사관과 계급사관으로 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년 3월 ‘좌편향교과서 대책위원회·바른역사국민연합·역사교과서대책범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보고대회에서 나온 결론은 ‘반(反)대한민국적 계급투쟁 사관으로 기술되어 부분적 수정으론 교정이 불가능하므로 회수해야 한다’였다.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행되었나’를 쓴 정경희 영산대 교수도 “민중사관으로 쓰여진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민중사관은 역사 발전의 주체가 민중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역사관이다.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변혁을 모색하는 게 목표라는 혁명사상이다. 이는 대한민국을 미국 제국주의의 식민지라고 보고 우리의 근현대사를 지배계급과 민중의 대립구도로 파악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역사관의 한 형태다. 이들은 자본가를 없애고 프롤레타리아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한물간 계급투쟁론적 사고에도 함몰돼 있다.

⑨ 7차 교과 개편 때 좌편향 본격화

좌편향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7차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국사에서 근현대사가 별도로 분리되면서 민중사학자들이 ‘교과서 준거안’을 만들었다. 교과서 준거안은 일종의 기준이다. 준거안 자체가 좌편향이 되다 보니 이후의 진행은 거침없이 좌편향으로 서술됐다. 헤게모니를 잡은 것이다. 준거안 파동 이후 근현대사는 대한민국을 어둡게, 북한을 미화 내지 모른 척하는 수법으로 기술하기 시작했다. 좌편향 교과서 시장을 확보한 세력들은 교학사 교과서를 친일, 친미 교과서라고 선동해 자유로운 채택을 방해했다.

미국에서도 교과서 준거안 파동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역사교육을 시키기 위해 학자들에게 준거안을 마련하라고 한 것. 하지만 준거안은 미국 건국을 무시하고 건국 대통령 이름조차 빼자 국론이 분열됐다. 그러자 미국 상원이 나서 투표로 결정했다. 99 대 1로 준거안은 부결됐다. 우리 국회도 이렇게 해야 한다. 우리 국회는 거꾸로 분열을 더 조장한다. 역사교과서 검인정의 의도는 좋았으나 실패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