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교과서를 분석하기 전까지는 우리 국사교과서가 이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지 몰랐습니다. 직접 교과서를 보지 않았으면 저도 믿지 못했을 겁니다. 한마디로 우리 아이들이 10여년 전부터 이런 교과서로 공부했다는 것이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건 대한민국의 국사교과서라고 하기에는 사관, 용어, 기술방식 등에서 북한의 역사책과 너무도 유사한 부분이 많은 교과서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사학자들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그냥 지켜보고 있었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사실을 알고 나니 저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1950년대부터 나온 모든 역사교과서 내용을 분석한 뒤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라는 책을 낸 정경희 영산대 교수(역사학)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역사책과 너무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말에서 그가 연구과정에서 받았던 충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국사학자들이 어떻게 그냥 지켜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부분에선 특정 노선에 함몰된 학자들의 직무유기를 읽을 수 있다. 미래 세대인 중학생과 고교생이 배우는 대한민국 역사교과서의 현주소를 고발하는 학자가 드문 게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정 교수의 연구와 결과물은 소중하다.

현재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역사교과서 개편은 본격 궤도에 올랐다. 정부는 단일 교과서를 마련해 2017년 입학하는 중·고교생부터 배우도록 할 예정이다.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하기 어렵다. 2011년 검인정 체제가 된 역사교과서를 다시 국정화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육지책으로 국정화가 나온 것은 현행 교과서가 지나치게 ‘친북, 반(反)대한민국’으로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최소한 사실, 헌법, 공정성이라는 불문율로 기술돼야 한다. 하지만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재 교과서 기조는 좌편향이 매우 강하다. 고의누락, 비중축소, 부적절한 단어 사용 등의 수법이 동원된다. 북한 사회를 전체주의라고 규정한 교과서는 교학사뿐이다. 교과서 필진 36명 중 31명이 좌파다.

대한민국은 세계 5위의 공업대국, 세계 7위의 수출대국, 세계 8위의 군사강국,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세계 12위의 삶의 질(복지) 선진국, 민주주의 정도가 세계 20위인 국가다. 이런 나라에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에 우호적인 좌편향 교과서는 시대착오다. ‘현재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 교과서가 아니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를 4, 5면에서 읽어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