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300인 이하는 2017년)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55~58세인 정년에 비하면 최대 5년 가량 고용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부모 세대는 한창 나이에 퇴직해야 하는 불안감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남녀의 평균수명이 각각 77세와 80세인 점을 감안하면, 50대 중반 은퇴는 이르다. 정년이 일본 65세, 싱가포르 63세, 대만 62세, 프랑스 60세인 점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정년 연장이 ‘일하는’ 복지대책일 수 있다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문제는 정년 연장이 자식 세대인 청년들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데 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어선 올해, 청년 ‘고용 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고용 절벽이라는 용어가 섬뜩하다. 아르바이트생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를 포함한 실질적 청년 실업자가 116만명에 달한다. 청년 4명 중 1명 꼴이다. 청년 고용 절벽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는데서 위안을 삼아야 할 지 모른다. 미국과 서유럽 같은 선진국도 12~18%대이며,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등 남유럽국가들은 40~50%다.

기업의 일자리와 임금은 정해져 있다. 사업이 번창해 신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한, 전체 고용과 임금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들은 정년이 연장된 만큼 신규 인력 채용을 억제해야 한다. 정년이 연장되는 내년부터 청년 일자리는 전체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다.

설상가상으로 좋지 않은 국내외 경제 환경도 청년 실업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는 중국발(發) 위기설에 좌불안석이다.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중국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는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은 중국 25%, 미국 13%, 유럽 8.7%, 일본 4.9% 순으로 많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실시하는 것을 보면, 중국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선 일자리를 늘리는 신규 투자는 최소화될 수 밖에 없다.

국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법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민주화법’ ‘동반성장론’ ‘골목상권 규제’등은 모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유일한 주체는 기업이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자유시장경제보다 규제 일변도인 나라에서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다. 4~5면에서 청년 고용절벽과 세대간 일자리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점과 해결책을 진단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