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에 대한 초기대응 미비를 이유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부분을 따로 떼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보건과 복지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서로 성격이 다른데 이를 한개 정부부처에 묶어두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물론 비상시 긴급 대응도 잘 안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특히 복지 수요가 늘면서 보건 쪽이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리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복건복지부에서 보건 부분을 따로 떼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전문성 부족한 관료조직으로는 질병 통제에 한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과 복지 분야가 공존하는 정부 조직 체계로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을 분리해서 보건부를 신설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OECD 34개 회원국중 한국처럼 보건과 복지가 한 부처에 묶인 나라는 7개국에 불과하다”며 “보건부 독립이 절실하고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복수 차관제라도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낙타 한마리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2위 메르스 발병국이 된 건 사건 초기 대응을 그르친 탓”이라며 “감염병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모두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관료조직으로 돼 있어 이번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박은철 교수는 “보건부 독립이 꼭 의사 출신 장·차관을 두자는 얘기는 아니며 복지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관료가 조직의 장을 맡아도 충분히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현재 지자체가 관리하는 보건소를 신설하는 보건부 산하에 둬 감영병 발생시 중앙정부의 지휘에 따라 보건소가 손발이 돼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건의료와 사회복지는 성격이 서로 달라 별도의 역할과 전문성이 요구되며 하나의 분야만으로도 방대해 두 분야를 한꺼번에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보건복지부를 보건의료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반대 “보건복지부 개편보단 의료 시스템 개편이 더 시급”
대한한의사협회는 보건분야 부처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해 감염병 전문가들이 모두 의사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메르스를 초기에 막았어야 할 담당 책임자들은 모두 양의사였다는 부분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보건부 분리만 주장하는 양의사협회의 움직임은 국가적 재난을 해결하는데 방해된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또 “보건복지부의 구조에 문제점이 발견돼 보건부와 복지부의 분리가 검토된다고 하더라도 보건부의 핵심 사항인 국민보건을 위한 행정시스템 구축과 운영 등은 보건 행정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보건의료 행정 전문 공무원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개편보다는 역학조사관 충원 등 감염병 방역 강화와 다인실 병실 구조, 간병 문제와 같은 의료 시스템 개선 논의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 보건 분야가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는 명분으로 보건을 떼어내자고 하는 것은 도리어 부처 할거주의의 전형적인 예”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부정적이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메르스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야 하며 여기에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거버넌스를 일원화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해법은 보건복지부 조직 구조 개편이 아니라 공공의료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생각하기 “화풀이식 즉흥적 조직개편보다는 충분한 검토 선행돼야”
보건복지부의 올해 전체 예산은 53조4천억원 규모다. 이 중 보건의료예산(건강보험 제외)은 4% 수준인 2조3천800억원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복지와 보건의료를 총괄하는 부처이긴 하지만 직원 740명 중 의사출신은 18명 뿐이며 과장급 이상도 5명밖에 없다. 의사출신 인력이 부족한 만큼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관련 부서의 상당 수는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이 맡고 있다.
이런 현실에 메르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보건부 독립 주장이 강하게 터져 나온 것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무조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떼어내는 것만이 능사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이 문제가 찬반 양론에서 보듯이 자칫 의사들과 한의사들간의 감정, 내지는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또 세월호 사고 직후 해경을 해체했던 것처럼 부처 개편을 무슨 화풀이나 징벌 대상처럼 삼아서도 결코 안된다. 부처 개편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목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조건 보건부의 독립부터 정해놓기보다는 보건복지부의 조직과 업무분장, 인원, 예산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조직 개편으로 해결할 일인지, 별도 독립이 필요한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과 복지 분야가 공존하는 정부 조직 체계로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을 분리해서 보건부를 신설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OECD 34개 회원국중 한국처럼 보건과 복지가 한 부처에 묶인 나라는 7개국에 불과하다”며 “보건부 독립이 절실하고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복수 차관제라도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낙타 한마리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2위 메르스 발병국이 된 건 사건 초기 대응을 그르친 탓”이라며 “감염병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모두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관료조직으로 돼 있어 이번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박은철 교수는 “보건부 독립이 꼭 의사 출신 장·차관을 두자는 얘기는 아니며 복지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관료가 조직의 장을 맡아도 충분히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현재 지자체가 관리하는 보건소를 신설하는 보건부 산하에 둬 감영병 발생시 중앙정부의 지휘에 따라 보건소가 손발이 돼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건의료와 사회복지는 성격이 서로 달라 별도의 역할과 전문성이 요구되며 하나의 분야만으로도 방대해 두 분야를 한꺼번에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보건복지부를 보건의료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반대 “보건복지부 개편보단 의료 시스템 개편이 더 시급”
대한한의사협회는 보건분야 부처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해 감염병 전문가들이 모두 의사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메르스를 초기에 막았어야 할 담당 책임자들은 모두 양의사였다는 부분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보건부 분리만 주장하는 양의사협회의 움직임은 국가적 재난을 해결하는데 방해된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또 “보건복지부의 구조에 문제점이 발견돼 보건부와 복지부의 분리가 검토된다고 하더라도 보건부의 핵심 사항인 국민보건을 위한 행정시스템 구축과 운영 등은 보건 행정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보건의료 행정 전문 공무원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개편보다는 역학조사관 충원 등 감염병 방역 강화와 다인실 병실 구조, 간병 문제와 같은 의료 시스템 개선 논의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 보건 분야가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는 명분으로 보건을 떼어내자고 하는 것은 도리어 부처 할거주의의 전형적인 예”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부정적이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메르스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야 하며 여기에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거버넌스를 일원화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해법은 보건복지부 조직 구조 개편이 아니라 공공의료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생각하기 “화풀이식 즉흥적 조직개편보다는 충분한 검토 선행돼야”
보건복지부의 올해 전체 예산은 53조4천억원 규모다. 이 중 보건의료예산(건강보험 제외)은 4% 수준인 2조3천800억원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복지와 보건의료를 총괄하는 부처이긴 하지만 직원 740명 중 의사출신은 18명 뿐이며 과장급 이상도 5명밖에 없다. 의사출신 인력이 부족한 만큼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관련 부서의 상당 수는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이 맡고 있다.
이런 현실에 메르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보건부 독립 주장이 강하게 터져 나온 것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무조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떼어내는 것만이 능사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이 문제가 찬반 양론에서 보듯이 자칫 의사들과 한의사들간의 감정, 내지는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또 세월호 사고 직후 해경을 해체했던 것처럼 부처 개편을 무슨 화풀이나 징벌 대상처럼 삼아서도 결코 안된다. 부처 개편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목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조건 보건부의 독립부터 정해놓기보다는 보건복지부의 조직과 업무분장, 인원, 예산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조직 개편으로 해결할 일인지, 별도 독립이 필요한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