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연·고대 경영대 '100년 전쟁'
[Cover Story] 허창수·조남호·구자열·정의선…오너경영인 많은 고려대
고려대 경영대학은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CEO의 산실’이다. 경영대 출신 장관급 인사만 10여명에 달할 정도로 정부 인맥도 탄탄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고려대 경영대학은 경영인맥의 산실이면서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개척정신을 지속해서 강조하는 대학”이라며 “오너경영인, 전문경영인 구분 없이 모든 경영인의 ‘요람’이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출신 경영인들이 1000억원이 넘는 장학기금을 조성해 후배를 위한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경영대학 학생들의 장학금 수혜율은 73.6%(이중 수혜 포함)였다.

LG·GS·LS家 사람들 주로 고려대 선택

[Cover Story] 허창수·조남호·구자열·정의선…오너경영인 많은 고려대
고려대에 오너경영인이 처음 입학한 것은 1960년대다. 고(故)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자의 손자이자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3남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이 65학번으로 이 대학에 진학한 것이 시작이었다. 고려대 재학 당시 아이스하키 선수로 뛰었던 허 회장은 2005년부터 7년간 고려대 출신 스포츠인들의 모임인 ‘고우체육회’ 회장직을 맡았다.

허 회장 입학을 계기로 LG·GS·LS그룹의 2·3세 중 상당수가 고려대를 택했다. 허 회장과 사촌지간인 허창수 GS 회장(67학번)과 허정수 GS네오텍 회장(69학번),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72학번)이 나란히 경영대학 동문이 됐다. 특히 2011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은 고려대 출신 경영인을 결집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창수 회장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고려대 경영대학 교우회장을 지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72학번)과 구자용 E1·LS네트웍스 회장(73학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과 형제인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법학과 76학번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69학번),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72학번), 정몽원 한라 회장(74학번)이 경영수업을 위해 고려대 경영대학을 선택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75학번), 정몽진 KCC 회장(79학번),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80학번), 정몽익 KCC 사장(80학번),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89학번)도 경영대학 동문이다.

고려대 경영대학 출신 오너경영인들의 공통점은 스스로가 대기업 오너의 2·3세라는 것을 티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대다수 오너경영인은 자신의 ‘출신’을 과시하지 않고 조용히 대학을 졸업했다”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전략적이고 계획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오영교·정덕구 등 장관도 많이 배출

고려대 경영대학이 오너경영인들만 배출한 것은 아니다. 무일푼의 학생으로 이 대학에 입학해 꿈을 이룬 이들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61학번)은 고려대 경영대학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 1977년 36세의 나이로 현대건설 사장에 올라 1987년 현대엔지니어링 회장, 1988년 현대건설 회장 등을 지낸 이 전 대통령은 1992년 정계에 입문해 2008년 제17대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과 동기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경영대 동문이다.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회장은 천신일 세중 회장(정치외교학과 61학번) 등과 함께 고려대 61학번 모임인 ‘61회’의 주요 멤버다.

2010~2013년 KB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어윤대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려대 경영대학 63학번이다. 2003~2006년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 명예교수는 2010년 고려대 고별강연에서 “고려대를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우리가 세계대학 150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며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는 고려대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71학번),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71학번),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73학번), 이오규 두산인프라코어 사장(77학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78학번) 등이 고려대 경영대학을 거친 대표적 경영인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고려대 출신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끈끈한 학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선배들의 ‘후배사랑’이 남다른 편”이라며 “사회에서 만난 학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 유독 고려대에서 ‘샐러리맨 신화’가 많이 나온 배경 아니겠느냐”고 했다.

10여명의 장관급 동문을 배출하는 등 탄탄한 ‘관맥(官脈)’도 경영대학의 강점이다. 15대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세련 전 한국은행 총재(32학번)를 비롯해 박원빈 전 무임소장관(41학번), 이범석 전 외무부 장관(46학번), 이종원 법무부 장관(48학번), 이경식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53학번), 남궁석 전 정보통신부 장관(64학번), 김기재 전 총무처·행정자치부 장관(65학번),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66학번),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67학번),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67학번),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69학번),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74학번) 등이 동문이다.

고려대 출신 경영인들, 후배들 위한 기부

고려대 출신 경영인의 특징으로는 탄탄한 교우관계가 꼽힌다. 고려대 관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은 대학본부 측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단과대 자체로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학 동문들로부터 연간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이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년 12월 열리는 ‘경영대학 교우의 밤’ 행사에는 경영대학을 졸업한 지 25주년이 되는 학번의 동기회가 주축이 돼 매년 2억원가량의 장학금을 전달한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졸업생 선배가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컵스 드림 스칼라십’ 역시 경영인 선배들의 애정이 없다면 유지될 수 없었다는 평가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