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심야시간 택시 잡기가 힘든 강남역에 한해 택시 합승을 허용하는 ‘택시 해피존’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요일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강남역에서 합승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시간대에는 승객들 합의하에 최대 승객 3명까지 합승을 할 수 있게된다.

서울시 외곽으로 나가기를 꺼리는 택시운전자의 운행방식과 심야시간대 승객들이 겪는 승차거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가 밝힌 도입 이유다. 택시는 넘쳐나지만 정작 필요할 때 탈 수 없는 현실을 타개해보자는 것이다.

이같은 서울시의 방침에 대해서는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반기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효과도 없고 지켜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시의 택시 해피존 시행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택시 해피존 필요할까요
○ 찬성 “손님과 택시기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서울시는 택시를 타기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과 운수종사자의 골라태우기 식 승차거부도 해소하고 택시 운전자들의 수입금 증대도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강남역 지역에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성과가 좋으면 종로 홍대입구 등 주요 승차난 발생지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울시는 동일 운행 방향의 승객들이 최초 지역에서 한번만 합승을 하고 미터기 요금의 20~30%를 할인하는 방안 등을 도입하면 손님과 운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또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손님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택시를 함께 이용하는 것은 택시산업 발전에 관한법 제16조의 합승행위 금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시민과 사업자의 의견 수렴후 탑승및 하차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감안해 승차인원별 요금제 등을 정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서 치안상 문제 등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성의 경우 세명까지 합승을 허용하고 남녀 승객의 경우 두명에 한하되 남자가 반드시 앞에 ,여성은 뒷자리에 타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의 견해다.

합승에 따른 승차질서가 문란해 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해진 3군데 승차대에서만 합승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반대 “현실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그 시간에 택시 안 타본 사람이 만들었나 봐요” “관리감독이 될까요? 합승은 범죄 때문에 중지하지 않았나요” 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합승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일일이 파악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대부분이다. 가뜩이나 취객이 많은 상황에서 승차대를 찾아 질서 있게 택시에 합승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비판도 나온다.

굳이 강남역에서만 합승을 허용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합승 단속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며 범죄나 요금 시비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 택시 합승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승객 불편ㆍ요금 시비는 물론 성폭행ㆍ강도 등 주요 범죄의 온상으로 꼽혀 경찰에 의해 '밤 늦은 귀가때 절대 피해야 할 것'으로 꼽혀왔다. 강도 등 범죄를 목적으로 택시 회사에 취업한 후 실제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있었다.

정작 택시기사 중에도 부정적인 견해가 있었다. 수익이 좀 늘지 모르겠지만 강남 지역에 한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고 시간대를 정해 놓은 것도 비현실적이다. 또 요금 실랑이 등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걱정했다.

지금도 암암리에 서울에서 수도권 지역으로 한밤에 운행되는 총알택시가 있는데 이를 아예 합법화해주는 꼴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총알택시는 시속 200킬로 가까운 속도로 달려 승객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데 이를 서울시가 공식 인정해주는 게 말이되냐는 것이다.

○ 생각하기 “임기응변적 대책보다 장기적 체계적 택시대책 필요해”

[시사이슈 찬반토론] 택시 해피존 필요할까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택시문제는 여간해서는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서울시의 아이디어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택시 해피존은 현실적으로 시행하는데는 적잖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명 합승, 남녀합승 등의 규칙을 일일히 다 적용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상시 단속하는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승차지역 제한 등도 제대로 지켜질 지 알 수가 없다. 성과가 좋으면 다른 곳으로도 확대한다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택시 합승이 허용되는 시간과 지역이 늘어나게 되고 이를 불법화한 법 자체가 사문화될 수도 있다.

이런저런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시가 확정된 것은 없다며 슬며시 발을 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택시 합승 문제는 이처럼 즉흥적이고 미봉적 대책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나치게 많은 택시 수가 택시회나 수익이나 택시기사들의 수입을 떨어뜨리고 이게 역설적으로 택시타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택시 수를 줄이는 방안과 심야 대중교통의 보완 등을 장기적,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