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학당
아테네학당
철학은 끊임없이 묻고, 끊임없이 답하는 ‘과정의 학문’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현상 너머의 본질은 있는가, 경험이 우선인가 선험적 인지능력이 우선인가, 본질과 실존은 앞뒤 관계가 어떨까 등등, 철학은 이런 질문과 답변을 통해 인간의 사유공간을 무한히 넓혀준다. 인문학적 사고의 중심에 철학이 자리하는 이유다. 동양철학이 공자 맹자 장자 등 주로 중국 사상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면 서양철학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사상가들로 형성돼 있다. 서양철학의 흐름을 요약적으로 살펴보자.

물·불·공기…우주 근원을 말하다

인간에 관한 것이든, 사물에 관한 것이든 궁금증은 철학적 사유의 출발점이다. 서양철학의 출발은 대략 기원전 600년께로 본다. 이 시기 사람들은 우주의 근원을 궁금해했다. 인간이 사는 이 우주는 과연 무엇으로 구성됐을까가 주된 관심이었다. 자연의 변하지 않는 원질(原質), 즉 만물의 근원을 탐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탈레스는 자연의 근원을 물이라고 주장했고,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라고 생각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라고 믿었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근원을 수(數)라고 주장했다. 이 시기엔 다수의 원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 다원론자들도 많았다.

소크라테스‘너 자신을 알라’

고대철학의 중심은 아테네였다. 기원전 4세기께 아테네에는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젊은이들을 가르쳤다. 이른바 궤변론자라고 일컫는 소피스트들의 탄생이다. ‘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라는 말로 유명한 프로타고라스를 비롯 고르기아스, 프로디코스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은 참된 진리추구보다 개인적 이익추구에 더 관심이 많았다. 후에 플라톤은 그들을 ‘정신양육의 무역상인이나 소매업자’라고 힐난했다.

고대철학의 전성기는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3인으로 이어지는 시기다. 소크라테스(BC 470~BC 399)는 소피스트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대화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처럼 소크라테스의 관심은 참된 앎과 지행일치(知行一致)였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은 감각적인 것을 넘어 존재하는 본질, 즉 이데아(idea)라는 개념을 끄집어냈다.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위대한 사상가다. 플라톤에게 20년간 철학을 배운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을 떠난 본질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데아(형상)와 감각적 재질(질료)의 결합을 강조했다.

신을 향한 무한예찬 ‘중세철학’

중세철학은 한마디로 ‘그리스도교 철학’이다. 대략 5세기 말에서 15~16세기에 이르는 1000년간의 서양철학을 일컫는다. 그리스도교 신의 유일성, 절대성, 창조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중세철학이다. 교부철학, 스콜라철학은 중세철학을 대표한다. 교부(敎父)는 말 그대로 그리스드교 교리를 전파하는 지도자들을 말하고, 스콜라는 그리스드교가 세운 학교를 가리킨다. 토머스 아퀴나스, 아우구스티누스는 중세철학을 이끈 대표적 인물이다. 철학이 신만을 향한 중세를 흔히 ‘사유의 암흑시대’로도 부른다.

시대를 풍미한 경험론 vs 합리론

[Cover Story] 인간의 정체·이데아의 존재…끝없이 묻고 답하다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관심의 초점은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갔다. 이는 단지 철학뿐 아니라 문학 예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당연히 인문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졌다. 영국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은 경험철학의 선구자다. 그는 올바른 사유의 바탕은 경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험에 근거하지 않은 모든 우상파괴를 강조했다. 존 로크도 인간이 마음은 본래 백지상태이며 오직 경험만을 통해 참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경험론은 과학의 진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논리전개에서 귀납법이라는 틀을 제공했다.

반면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는 인간은 경험이 없어도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데카르트는 논리전개에서 연역법을 강화시켰다. 독일의 괴테(1749~1832)는 경험론과 합리론을 비판 수용해 관념론이란 철학을 발전시켰다.

사유의 틀을 뒤엎은 ‘실존주의’

실존주의는 합리주의적 관념론이나 실증주의에 반대해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철학 및 문예사조다. 개개의 단독자인 현실적 인간, 즉 현실의 자각적 존재로서 실존(existence, existenz)의 구조를 인식·해명하려는 철학사상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 획일적으로 규정할 만한 본질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생각, 특히 중세철학은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본질이 있다고 믿었다. 신이 인간을 만들기에 앞서 이미 본질을 결정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그런 본질에 앞서 단독적인 개개인의 존재, 즉 실존이 먼저라고 믿었다. 야스퍼스가 1931년 ‘실존철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카뮈, 니체, 사르트르 등은 대표적 실존주의 철학자다. 실존주의는 기승전결, 권선징악이라는 기존의 문학구조나 내용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마디로 정형화된 기존의 틀을 파괴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