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가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도록 공론화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대한노인회는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진 2010년 이래 노인 연령을 높이는 문제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기존 주장을 뒤집고 기득권을 포기하는 의사 결정을 스스로 내린 것이다. 국내 최대 노인단체가 앞장서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데다 현실화되면 상당 수준 재정절감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노인들 또한 적지 않아 치열한 찬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 찬성 “노인들 건강상태 크게 개선됐고 재정에도 도움”
강세훈 대한노인회 행정부총장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나 고령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볼 때 노인임을 판단하는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공식 입장으로 정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정부나 전문가들이 공론화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심 노인회 회장은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늘리는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해 최종 방안을 제시하면 적극적으로 노인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단체 ‘청년이여는미래’는 1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만 65세인 노인연령을 상향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기로 한 대한노인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처럼 노인세대가 먼저 보장된 복지 혜택을 줄이겠다고 양보한 것은 유례가 없다”며 “청년·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의 고통을 분담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세대인 노인과 3세대인 청년 간의 소통과 화합은 우리나라 발전에 건강한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라며 “앞으로 노인연령이 상향된다면 노인 빈곤율이 증가하지 않도록 각 세대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다소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기초연금뿐 아니라 지하철 요금, 건강보험, 국민연금 수령 연령에 큰 변화가 있어 재정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 반대 “OECD 노인빈곤 1위국인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60세 이상 노년층으로 이뤄진 노인단체 노후희망유니온은 최근 성명을 내고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올리기로 한 대한노인회와 이를 지지한 새누리당을 규탄했다.
노후희망유니온은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은 65세에서 69세 사이의 노인 168만명에 대한 사실상 표적 사형선고”라며 “기준이 올라가면 이 168만명은 매달 10만~20만원씩 받은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고, 장기요양보험, 지하철·전철 무료 승차 등의 혜택에서도 제외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노인빈곤과 노인자살 문제가 더 악화될 소지가 있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조정은 노인의 생명을 담보로 젊은이를 살리자는 것”이라며 “이는 노인을 희생양 삼아 정부의 재정부담 책임을 모면하려는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현종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처장은 “보통 노인들은 기초연금 20만원,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로 20만원, 총 4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차상위 계층만 되더라도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사는데 보통 방세가 한 달에 10만원 정도 나간다. 병원비로 한 달에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지출한다”며 “그래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야 되는데 노인일자리 사업도 전국적으로 30만명만 참여할 수 있어서 참여를 못한 나머지 분들은 폐지를 줍게 된다.
그런데 폐지를 줍더라도 한 달에 10만원 벌기가 어렵다”고 노인의 빈곤한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 생각하기 “무조건적 나이 상향보다는 소득 자산별 차별지원 체계부터 손봐야”
65세 정도 되는 사람을 할아버지나 할머니로 부르기 정말 어려운 시대가 됐다. 평균수명이 늘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중년 같은 노인이 워낙 많아져서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중년 못지않은 이들을 보면 법정 노인 기준 65세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한노인회의 노인연령 상향 주장도 그래서 나왔다. 무엇보다 노인인구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그에 따른 정부의 복지 지출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66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지하철과 전철 교통비가 무료, KTX·새마을호 주중 30%·국내선 항공기 10%·여객선 20% 할인 등 교통비 혜택이 제공된다. 이외에도 국공립 박물관·미술관·공원·고궁 등 공공시설 무료 사용, 요금 할인 등의 경로 우대 혜택이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수준이다. 소득이나 건강 모두 중년 뺨치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아직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생활에 허덕이는 독거노인도 결코 적지 않다. 독거노인만 100만명이고 이 중 5000여명은 생활고로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한다는 조사도 있다. 무작정 노인 기준 연령만 높이기보다는 소득 재산 등에 따른 좀 더 세밀한 차별 지원이 더 시급한 것도 그래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강세훈 대한노인회 행정부총장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나 고령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볼 때 노인임을 판단하는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공식 입장으로 정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정부나 전문가들이 공론화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심 노인회 회장은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늘리는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해 최종 방안을 제시하면 적극적으로 노인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단체 ‘청년이여는미래’는 1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만 65세인 노인연령을 상향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기로 한 대한노인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처럼 노인세대가 먼저 보장된 복지 혜택을 줄이겠다고 양보한 것은 유례가 없다”며 “청년·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의 고통을 분담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세대인 노인과 3세대인 청년 간의 소통과 화합은 우리나라 발전에 건강한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라며 “앞으로 노인연령이 상향된다면 노인 빈곤율이 증가하지 않도록 각 세대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다소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기초연금뿐 아니라 지하철 요금, 건강보험, 국민연금 수령 연령에 큰 변화가 있어 재정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 반대 “OECD 노인빈곤 1위국인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60세 이상 노년층으로 이뤄진 노인단체 노후희망유니온은 최근 성명을 내고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올리기로 한 대한노인회와 이를 지지한 새누리당을 규탄했다.
노후희망유니온은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은 65세에서 69세 사이의 노인 168만명에 대한 사실상 표적 사형선고”라며 “기준이 올라가면 이 168만명은 매달 10만~20만원씩 받은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고, 장기요양보험, 지하철·전철 무료 승차 등의 혜택에서도 제외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노인빈곤과 노인자살 문제가 더 악화될 소지가 있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조정은 노인의 생명을 담보로 젊은이를 살리자는 것”이라며 “이는 노인을 희생양 삼아 정부의 재정부담 책임을 모면하려는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현종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처장은 “보통 노인들은 기초연금 20만원,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로 20만원, 총 4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차상위 계층만 되더라도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사는데 보통 방세가 한 달에 10만원 정도 나간다. 병원비로 한 달에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지출한다”며 “그래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야 되는데 노인일자리 사업도 전국적으로 30만명만 참여할 수 있어서 참여를 못한 나머지 분들은 폐지를 줍게 된다.
그런데 폐지를 줍더라도 한 달에 10만원 벌기가 어렵다”고 노인의 빈곤한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 생각하기 “무조건적 나이 상향보다는 소득 자산별 차별지원 체계부터 손봐야”
65세 정도 되는 사람을 할아버지나 할머니로 부르기 정말 어려운 시대가 됐다. 평균수명이 늘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중년 같은 노인이 워낙 많아져서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중년 못지않은 이들을 보면 법정 노인 기준 65세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한노인회의 노인연령 상향 주장도 그래서 나왔다. 무엇보다 노인인구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그에 따른 정부의 복지 지출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66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지하철과 전철 교통비가 무료, KTX·새마을호 주중 30%·국내선 항공기 10%·여객선 20% 할인 등 교통비 혜택이 제공된다. 이외에도 국공립 박물관·미술관·공원·고궁 등 공공시설 무료 사용, 요금 할인 등의 경로 우대 혜택이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수준이다. 소득이나 건강 모두 중년 뺨치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아직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생활에 허덕이는 독거노인도 결코 적지 않다. 독거노인만 100만명이고 이 중 5000여명은 생활고로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한다는 조사도 있다. 무작정 노인 기준 연령만 높이기보다는 소득 재산 등에 따른 좀 더 세밀한 차별 지원이 더 시급한 것도 그래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