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뛰는 日·추격하는 中…한국만 '샌드위치' 되나
일본 경제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잃어버린 10년’에서 완전탈피하는 모습이다. 아베노믹스(엔저, 저금리, 규제완화 등이 골자인 일본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엔저 유도정책이 수출 증가를 이끌고, 기업실적 호전이 고용증가와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의 거울’이라는 증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2만선을 돌파하면서 15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이는 시장 추정치인 0.4%를 웃돈 수치다. 예상밖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조정되고 있다.일본, ‘쌍끌이 성장’ 본격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로 인해 수출에 이어 내수까지 회복되면서 일본 경제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 여파로 2분기 연속 뒷걸음질친 일본 경제는 작년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 성장으로 돌아섰고, 올 1분기에는 0.6%(연율 2.4%)로 성장폭을 더욱 확대했다. 1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깜짝 증가’를 견인한 것은 민간 부문이다. 가계와 기업이 속한 1분기 민간 수요는 전 분기 대비 1.1% 증가해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민간 수요 구성항목 중에는 개인소비가 전 분기 대비 0.4% 증가했다. 고용 개선과 임금 인상에 힘입어 소비심리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분기엔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설비투자도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0.4% 늘어 작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1분기 기계수주도 2008년 3분기 이후 최대로 증가하면서 2분기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1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2.4% 증가했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 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은 지난해 9월 이후 지난 3월까지 7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2분기에는 실질임금도 상승세로 접어들어 소비 회복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 맞춤형 규제 완화가 핵심
일본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엔저, 양적완화, 저금리 등의 요인도 있지만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과감한 규제 철폐가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베 총리는 ‘통상적 규제개혁’ ‘국가전략특구 지정’ ‘기업 맞춤형 규제개혁’ 등 세 분야로 세분해 규제개혁을 추진 중이다. 통상적 규제개혁 부문에선 의료, 농업, 고용·노동 세 분야를 중점 개혁 분야로 선정했다. 고용·노동 분야의 규제개혁은 노동시간·고용 관련 규제 완화, 외국인 노동력 수용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을 유연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대표적인 게 정규직과 고용 보장 수준은 같지만 근무지역, 시간, 직무는 비정규직처럼 한정돼 있는 ‘한정 정규직’ 확산이다.
기업 규제개혁의 초점은 ‘기업 맞춤형 전략’에 맞춰져 있다. 기업이 신규 기술의 안정성을 입증한 뒤 규제특례를 요청하면 정부가 심사 후 신속히 승인하는 전략이다. 국가전략특구 지정은 지역 강점을 고려해 특구를 지정하고 토지 이용 등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규제 완화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기업 맞춤형 규제특례는 법률이 아닌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을 고쳐 적용된다. 총리가 승인하면 법 개정 없이 즉시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업체 도시바는 지난달 말까지 가스용기 초음파 검사 허용 등 7건의 규제특례 조치를 건의해 아베 총리의 승인을 받았다.
지역 맞춤형 규제 완화 시행해야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 제고에 핵심적인 노동시장 개혁과 기업투자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점 △성장전략을 법제화해 이행 과정을 점검하고 있는 점 △지자체와 기업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개혁’을 하고 있는 점은 우리나라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 성장전략 주요 내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베 총리가 성장전략을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국회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배경으로 성장 관련 전략을 법제화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도 작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제출한 성장전략을 법제화 관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사회단체의 이해 상충이 없는 분야에선 규제개혁을 과감히 추진하되 지역개발에선 지역의 산업적인 강점 등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황정수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