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잃어버린 10년’은 일본 경제 쇠락의 상징어다. 부동산·증시에서 불거진 거품이 터지면서 일본 경제는 1990년대, 10여년간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1980년대 5%대에 달한 연평균 성장률은 1990년대 ‘제로(0)’로 주저앉았다. 부동산, 증시 등 자산가치가 급감하면서 소비가 줄어들고, 생산도 극도로 위축됐다. ‘자산가치 급락-소비위축-생산감소-고용감소’라는 악순환이 10년 넘게 지속됐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모든 가치가 쪼그라드는 ‘디플레이션의 시대’였다.

중국은 한때 ‘덩치 큰 약골’이었다. 러시아와 함께 보조를 맞춰 미국에 대립각을 세운 냉전시대의 한 축이었지만 사회주의 체제에 갇힌 경제는 심한 무기력증을 앓았다. 하지만 19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 경제의 체질은 급속히 바뀌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경쟁과 자율이 시장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경제의 효율은 크게 높아졌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의미하는 ‘팍스시니카’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오래됐다.

한국은 지형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틈새에 끼어 있다. ‘샌드위치론’이 수시로 불거지는 이유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국제 무대 곳곳에서 치열히 경쟁한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가전 등 대부분 분야에서 이들 3국은 경쟁관계다.

최근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의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6%(연율로는 2.4%) 증가하면서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갈수록 단단해진다는 분석도 강하다. 엔화 약세 유도가 골자인 아베노믹스가 약효를 내면서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규제철폐로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20,000선을 넘어서며 15년 만의 최고치로 올라섰다.

중국의 기술 추격도 가팔라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기술 수준 평가에 따르면 한·중 간 기술 격차는 1.4년(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2010년 2.5년, 2012년 1.9년으로 한국 기술을 바로 등 뒤에서 바짝 뒤쫓고 있다. 우주 등 14개 분야는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이미 추월했다. 한마디로 ‘기술과 혁신의 역류’가 우려되는 형국이다.

반면 한국 경제엔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이 구조개혁에 실패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2%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뛰는 일본과 중국의 틈새에서 한국만 기어가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4, 5면에서 일본과 중국의 경제상황과 기술 추격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