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서양 철학의 지평을 열어준 프랑스 철학자다. ‘근대 유럽 철학은 데카르트의 각주에 불과하다’(레셰크 코와코프스키)는 철학사에 미친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핵심 근거를 ‘사고(思考)’에서 찾는다. 모든 것을 의심해 참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각 능력’ 때문이란 게 그의 믿음이다.
데카르트와 동시대를 산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근대 경험론의 선구자다. 그는 경험만이 합리적 판단의 토대이자 씨앗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경험도 인간의 사고와 섞일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현명해지는 것은 경험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경험에 대처하는 능력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경험의 주체적 해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경험이라도 해석에 따라 대응이나 반응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개념 없는 직관(경험)은 맹목적’이라는 칸트의 말도 함의는 비슷하다.
지난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은 당초 보수·노동당의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압도했다. 특히 노동당이 부자 증세, 복지 확대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성격이 짙은 공약을 남발하면서 영국 유권자의 표심이 흔들리는 듯했다. 인기 없는 긴축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보수당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도 관심이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전체 650석 중 331석을 차지하며 압승했고, 노동당은 종전 258석보다 26석 적은 23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영국인이 ‘달콤한 공약’을 무더기로 내건 노동당에 표를 주지 않은 것은 40여년 전 ‘영국병’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과도한 복지로 인한 무리한 재정지출로 1970년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은 영국의 유권자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분담을 호소한 보수당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거덜내거나 정당이 망한 사례는 역사에서 무수히 많다. 일본의 민주당이 대표적 사례다. 만년 야당이던 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아동수당, 고교 무상보육, 고속도로 통행료 없애기 등 빼곡한 ‘무상시리즈’로 집권했지만 결국 무상시리즈에 발목이 잡혀 정권을 잃고 지지율 7% 소수당으로 추락했다. 한때 5대 경제대국이던 아르헨티나도 포퓰리즘으로 ‘초라한 국가’로 전락했고, 그리스 역시 과다한 복지로 인한 재정고갈로 디폴트(채무불이행)의 문턱을 서성대고 있다. 복지 확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국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역사의 교훈들이다.
현자(賢者)는 들으면 알고, 범부(凡夫)는 봐야 알고, 우자(愚者)는 당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남의 사례에서 오늘과 내일을 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사고하는 인간’이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다. 4, 5면에서 포퓰리즘으로 추락한 나라와 정당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서양 철학의 지평을 열어준 프랑스 철학자다. ‘근대 유럽 철학은 데카르트의 각주에 불과하다’(레셰크 코와코프스키)는 철학사에 미친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핵심 근거를 ‘사고(思考)’에서 찾는다. 모든 것을 의심해 참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각 능력’ 때문이란 게 그의 믿음이다.
데카르트와 동시대를 산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근대 경험론의 선구자다. 그는 경험만이 합리적 판단의 토대이자 씨앗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경험도 인간의 사고와 섞일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현명해지는 것은 경험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경험에 대처하는 능력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경험의 주체적 해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경험이라도 해석에 따라 대응이나 반응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개념 없는 직관(경험)은 맹목적’이라는 칸트의 말도 함의는 비슷하다.
지난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은 당초 보수·노동당의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압도했다. 특히 노동당이 부자 증세, 복지 확대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성격이 짙은 공약을 남발하면서 영국 유권자의 표심이 흔들리는 듯했다. 인기 없는 긴축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보수당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도 관심이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전체 650석 중 331석을 차지하며 압승했고, 노동당은 종전 258석보다 26석 적은 23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영국인이 ‘달콤한 공약’을 무더기로 내건 노동당에 표를 주지 않은 것은 40여년 전 ‘영국병’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과도한 복지로 인한 무리한 재정지출로 1970년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은 영국의 유권자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분담을 호소한 보수당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거덜내거나 정당이 망한 사례는 역사에서 무수히 많다. 일본의 민주당이 대표적 사례다. 만년 야당이던 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아동수당, 고교 무상보육, 고속도로 통행료 없애기 등 빼곡한 ‘무상시리즈’로 집권했지만 결국 무상시리즈에 발목이 잡혀 정권을 잃고 지지율 7% 소수당으로 추락했다. 한때 5대 경제대국이던 아르헨티나도 포퓰리즘으로 ‘초라한 국가’로 전락했고, 그리스 역시 과다한 복지로 인한 재정고갈로 디폴트(채무불이행)의 문턱을 서성대고 있다. 복지 확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국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역사의 교훈들이다.
현자(賢者)는 들으면 알고, 범부(凡夫)는 봐야 알고, 우자(愚者)는 당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남의 사례에서 오늘과 내일을 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사고하는 인간’이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다. 4, 5면에서 포퓰리즘으로 추락한 나라와 정당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