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주가를 보면 경제가 보인다

기업은 자본조달·투자자는 이익추구
세계 주식시장 호황…'거품' 경고음
주식시장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계다.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 통화량, 금리, 환율, 원자재 가격, 전쟁, 심리, 정책, 최고경영자, 경쟁, 혁신, 가격, 날씨, 사고 등 수많은 것이 주가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주식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속성을 반영한다. 최근 세계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뉴스가 많다. 우리나라 증시도 그중 하나라는 보도가 있었다. 주식시장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일희일비하는 것일까.

주식회사는 왜 생겼나

[Cover Story]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400년 주식시장
주식회사의 역사를 먼저 알아보자. 먼 옛날 육로를 통해 동서양 무역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실크로드 무역이다. 사막을 건너고 산맥을 넘어야 하는 험난한 길이었지만 실크로드 무역은 큰 이익을 보장해주었다. 불행히도 1453년 오스만투르크가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점령한 뒤 무역은 막히고 말았다. 막히면 뚫으라고 했던가. 상인들은 바닷길 개척에 나섰다. 1498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는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길을 열었다.

주식회사의 등장은 대항해시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닷길은 늘 위험해서 배가 좌초할 수도, 큰 이익을 남길 수도 있었다. 이런 해양무역을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문제는 좌초 등 손해를 입을 경우 책임의 한계에 있었다. 자금 공급과 항해를 각자 나눠 책임지는 동업 형태여야 했고, 배가 못 돌아오더라도 투자액 이상으로 추가 책임을 떠안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책임이 유한하지 않고 무한하다면 섣불리 자금을 공급하지 않으려 했다. 바로 유한책임이다. 유한책임이 마련된 것까지는 좋았으나 항해가 끝나면 바로 수익이 분배됐고 회사는 사라졌다. 회사의 연속성이 없었다.

오늘날 주식회사라고 부르는 최초의 형태는 1600년 영국의 동인도회사에서 나타났다.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허가에 따라 영국 동인도회사는 아프리카 희망봉 동쪽 무역에 관한 독점권을 행사했다. 동인도회사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한책임하에 주주를 모집했다. 책임을 덜 지우는 제도가 사람의 투자심리를 자극했고 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네덜란드에 첫 주식시장

[Cover Story]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400년 주식시장
주식을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낸 나라는 영국이 아니라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1602년 암스테르담에서 자본을 모집했는데 1143명이 주주로 참여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상품을 하나 만들었다. 주주가 언제든지 자기 주식을 팔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주주 변경이다. 이렇게 되자 주식은 거래됐다. 동인도회사는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에서는 1607년 회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옵션 상품도 생겨났다. 이후 주식회사와 주식시장은 산업혁명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실적 장세냐 유동성 장세냐

주식시장의 핵심 역할은 400여년 전과 같다. ‘기업은 자본을 모으고, 투자자는 이익을 얻는다.’ 기업이 잘 되고,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과 투자자의 목표는 잘 달성된다. 하지만 변수가 많아서 주식시장은 긍정적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등락을 거듭한다. 요즘 세계 주식시장이 호황 국면에 들었다는 뉴스가 많다. 우리나라도 코스피지수가 2100을 돌파하고 시가총액도 사상 최고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스닥시장도 뜨겁다.

[Cover Story]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400년 주식시장
한국 주식시장의 호황 국면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기업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낙관론이 하나다. 많은 기업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석유가격이 낮고,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가 혜택을 볼 것이란 논리다. 기업들이 주식배당을 늘리겠다는 것도 투자 유인으로 작동한다. 세계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시장의 호황도 유가 하락에 따른 제조업의 부활과 기업 실적 호전 덕분이라는 시각이 있다.

두 번째 시각은 ‘유동성 장세’일 뿐이라는 비관론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천문학적으로 시중에 풀었다. 바로 양적 완화다. 풍부해진 돈이 투자이익을 찾아 세계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주요 국가의 과도한 통화량 증발(增發)은 늘 거품을 만들어 왔다. 개방된 한국 증시는 늘 미국 등 주요 시장과 동조화하는 경향이 있다. 거품도 따라 일어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증시의 바람직한 방향은 기업 실적과 유동성의 조화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