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싱가포르 國父' 리콴유 잠들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가 설계하고 만든 이 작은 도시국가의 성공방정식은 무엇일까. 나라가 작아 해법이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장 작은 수식인데도 300여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다가온다. 서울 면적보다 조금 더 크지만, 서울 인구의 절반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 싱가포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아래에서 10년 가까이 허덕이는 한국에 5만6000달러를 훌쩍 넘어버린 리콴유의 나라는 어떤 의미인가. ‘리콴유의 마지막 정리’를 따라가보자.

‘경제적 자유’를 택하다

[Cover Story] 싱가포르 성공 방정식…엄격한 사회규율속에 경제적 자유 최대보장
싱가포르는 습하고 모기가 많은 어촌이었다.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난 1959년 35세의 리콴유는 자치주로 싱가포르를 넘겨받았다. 이어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축출됐다. 당시 아시아는 공산주의 물결에 휩쓸려가고 있었다. 싱가포르도 그럴 운명처럼 보였다. 공산주의 국가 중국 등 여러 나가가 원조를 제의해왔다. 리콴유는 거부했다. “먹고살 것도 없는 나라에서 원조까지 받기 시작하면 거지들만 남게 된다.”

리콴유는 제3세계 수준에서 1류 세계를 건설한다는 ‘오아시스론’을 생각해냈다. 싱가포르의 공산화를 막는 유일한 길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400달러에 불구한 싱가포르를 먹여 살려야 했던 그는 지도에서 싱가포르의 위치를 봤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관문. 무역선이 반드시 모였다가 가야 할 길목에 싱가포르는 앉아 있었다. 리콴유는 길목과 항구의 속성대로 모든 것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바로 경제적 자유였다.

핵심은 금융과 투자 자유화였다. 돈을 투자하고 기업을 만들겠다면 환영했다. 그 결과 2013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 규모는 세계 6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FDI는 홍콩,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다. 노동 유연성과 규제 철폐, 낮은 세금정책 등 친기업 정책으로 뒷받침했다. 싱가포르의 경제자유도는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다.

물류 허브전략…영어공용화

싱가포르는 또 해운물류 허브(hub)전략을 취했다. 세계 경제가 성장할수록 해운 물동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바닷길은 곧 돈이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경제블록과 유럽 경제블록을 잇는 관문이었다. 항만 물동량은 홍콩 상하이 등과 함께 세계 3위권에 든다. 컨테이너 선박 1대가 들고 날 때마다 달러가 물고기떼처럼 떨어진다. 물류 업체들은 싱가포르에 알아서 사무소와 기업을 차렸고, 일자리는 늘 넘칠 정도로 많다.

경제적 자유와 금융, 물류허브 전략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다름 아닌 영어공용화 정책이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미국이라고 할 만큼 인종과 언어, 종교의 용광로(melting pot)다. 투자를 유치하고, 외국 기업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원활하게 유지하려면 영어 구사가 가능한 인력을 공급해야 했다. 리콴유는 과감하게 영어공용화를 선언했다. 한때 한국에서 소설가 복거일 씨가 영어공용화를 언급했다가 뭇매를 맞은 것과 대조적인 기류였다.

제한적 민주주의의 길

싱가포르는 제한적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나라로 악명이 높다. 경제적 자유는 무한대지만, 정치적·시민적 자유는 상상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싱가포르 방정식에서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싱가포르는 현재 조지 오웰이 ‘1984’에서 그린 감시의 나라다. 촘촘하게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TV(CCTV)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언론 표현 결사의 자유도 제한적이다. 언론은 검열당한다. 공중도덕도 엄격하다. 매로 벌을 주는 태형도 남아 있다. 리콴유 개발독재론은 그래서 나온다. 그는 먹고살 것이 있어야 민주주의도 있다고 생각했다. 국가 형성 초기에 각종 제도를 발빠르게 도입하고 실행하려면 독재권력 행사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사람들이 먹고살 만해지면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찾고, 느슨해진다. 현재 싱가포르도 그렇다. 21세기 싱가포르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인구 감소다. 2세를 낳지 않아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다. 인구 556만명 중 150만명이 이민자다. 결혼한 부부가 평균 0.8명 정도 낳는다고 한다. 근본자원(인구)이 흔들리는 셈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